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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여행가K Jan 21. 2021

즐거운 고독의 시간

04. 여행에서의 하늘 in 바젤

바젤은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도시는 아닌 것 같았지만, 비트라 캠퍼스를 당일치기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꼭 들리고 싶은 도시였다. 이전의 프라하와 이후의 파리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기도 했고, 프랑스와 독일과 가까워 교통 허브라는 내용도 있어, 거쳐가기 좋을 것 같았다. 국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스위스의 도시도 한 곳은 가보고 싶었는데, 세계 3대 아트페어 중에 하나라는 아트 바젤과 미술관이 많은 도시라 해서 4박 5일을 지내기로 결정했었다.



40일의 여행에서 중간쯤이 되었을 때, 프라하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스위스 바젤로 향했다. 그 긴 여행에서 생애 처음으로 야간 기차를 한 번은 타보고 싶었었다. 여행비를 생각을 안 할 수 없어서 3인실을 예약했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예약자가 나뿐이라 혼자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가 조금은 아쉬웠었지만 말이다.




아침에 도착해서 호텔에 얼리 체크인을 한 후, 잠깐 자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산책할 겸 건물 외관이라도 보고 싶어 표시해둔 몇 군데를 돌아봤는데,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쾌적한 느낌을 받았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도시의 첫인상이 좋았다. 프라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녀 여행객을 만나서 엄마 생각이 났었다면, 바젤은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소란스러워서, 그리고 깨끗하고 여유 있어 보여서 엄마를 모시고 가고 싶은 곳이었다. 물론 스위스라 물가가 문제였지만.


혼자 유유자적 돌아다니다가, 해질 때쯤에 바젤 뮌스터 뒤쪽에 있는 Pfalz(팔츠)라는 전망대에서 하늘을 보았다. 사전 정보가 많진 않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강을 보며 노을을 보고 싶어 갔었던 것 같다. 공간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지만, 실제로 본 공간은 이 도시를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성당을 등 뒤로 하고 강을 바라볼 수 있는 나무 밑 벤치에는 두런두런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고, 강가 쪽 돌난간에는 걸터앉아 간단한 저녁거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날이 흐려 노을빛은 아쉬웠지만, 여유로운 분위기와 시원한 뷰 포인트가 좋았었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는 다행히 아침부터 하늘이 맑았었다. 호텔 방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꼭 그래픽 화면 같아 하루에 대한 기대가 올라갔고, 미술관 투어로 전시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창밖으로 맑은 하늘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맑은 낮 하늘 덕분에 그날은 노을빛을 기대하며 또 한 번 팔츠로 향했다. 전 날 보았던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여유가 그날에도 있었다. 특히 부부인지 연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꼬리가 동그란 반려견과 산책을 나왔던 것인지 강가의 그 돌난간에 셋이 나란히 강을 보며 기대어 앉아있는 모습은 뒤에서 우연히 본 것만으로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팔츠에서도, 팔츠를 가기 위해 왕복했던 다리에서도 꽤 오랫동안 노을빛을 변화를 즐길 수 있었다. 



바젤에서의 하늘은 팔츠에서 보았던 노을과 풍경이 아름다워 기억에 남았지만, 노을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리를 걸어서 건넜을 때의 느낌도 잊히지 않는다. 해가 진 이후에 낯선 도시에서 혼자 다리를 건넜는데, 무서움보다 '즐거운 고독'을 훨씬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유랑 카페를 통해 식사 메이트를 만났던 그 잔잔하고도 소소한 시간을 제외하곤, 오롯이 나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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