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여행가K Jan 26. 2021

무서웠다가 따뜻해진,
두 얼굴의 하늘

07. 여행에서의 하늘 in 스카이 섬 투어

40일의 여행을 준비하며 정말 기대되는 사진을 봤었다. 경사가 완만한 드넓고 푸른 산과 맑은 하늘. 영화에서나 보던 이국적인 자연 풍경 속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는 지역적 날씨 특성은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투어를 신청했었다. 2박 3일간 오롯이 자연을 보기 위해서.


에든버러에 갔던 것도 그 투어의 영향이 컸었던 걸로 기억한다. 스카이 섬 투어의 출발지 겸 도착지였기 때문이었다.




막상 도착한 에든버러와 스카이 섬은 대부분이 흐린 하늘이었다. 계속 비가 왔다 안 왔다 했었고, 무엇보다 엄청 추웠다. 아니 어쩌면 그건 내 기억이 유독 심할 수도 있겠다. 내 예상보다 훨씬 추웠고, 날씨를 제대로 안 찾아본 덕분에 옷 준비가 미흡했었으니까.



스카이 섬에 갔을 땐 9월 중순이었고, '춥다고는 하는데, 겨울만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갔었다. 혹시나 해서 바로 직전 파리에 있을 때 조금 찾아보고는 급하게 옷을 조금 샀었는데, 몸통 안쪽에만 복슬복슬한 털이 있는 플리스와 레인코트였다. 그러니 추울 수밖에. 에든버러와 스카이 섬의 가을은 많이 춥고 비가 자주 오고 날씨 변화가 많은 것을 놓친 것이다. 방수 옷과 등산복 같은 복장이 많은 것엔 이유가 있는 것이었는데.



신발도 문제였다. 잘못된 선택을 했었다. 여행 후 버리려고 밑창에 작은 구멍이 난 신발을 신고 갔었던 건데, 그 구멍으로 빗물이 계속 들어왔다. 갔던 곳들의 땅은 젖어 있었고 풀밭은 많았으니, 축축하고 푹신한 곳에 발을 디딜 때면 물이 계속 들어와 양말도 계속 젖었다. 습하고 추운데 발까지 시리고 축축한 것이다. 젖은 양말에 발이 어는 느낌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양말도 신고 있을 수 없었다. 추웠기 때문인지, 흐린 하늘이 많았기 때문인지, 여행의 3/4 정도가 지나서였는지, 스카이 섬 투어를 하는 동안에는 조금 피곤하고 쳐지는 느낌이었다.



스카이 섬의 하늘들은 내 기대와는 정말 다른 하늘들이었는데, 이동하는 곳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긴 했으나 해는 거의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활하고 웅장한 그 느낌이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고, '하늘'이 무섭다는 감정도 느껴보았다. 에트르타에서 보았던 흐린 하늘은 '흐린 하늘들' 중에 잠깐의 맛보기였고, 스카이 섬에서 본 하늘들은 하늘에 눌려서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달까. 하늘과 함께 풍경들을 보니, 왜 이곳의 사람들이 마법사를 생각하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둘째 날, 셋째 날에는 잠깐씩 해를 볼 수 있었는데, 해가 보이는 곳에 갔을 땐 그곳에 계속 있고 싶었다.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던 비장한 하늘 밑에 있다가, 파란 곳을 조금은 보여주는 하늘 아래로 가니 조금은 따뜻해졌던 것 같다.



떠날 때가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파란 면을 더 보여줬었는데, 그때가 되니 조금은 아쉽기도 했었다.




에든버러로 돌아와 밤하늘을 보는데, 스카이 섬에 방금 다녀왔다는 게 꿈같기도 하고 벌써 따뜻해진 기분이기도 했었다. 추워서 엄청 고생했지만, 하늘의 두 얼굴을 보고 왔기 때문이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웠던 하늘들에 시선이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