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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여행가K Feb 02. 2021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해주는
감각처럼 기억나는 순간들

08. 여행에서의 하늘 in 처음 만난 런던 

성인이 된 후 처음 해외로 여행갔던 곳은 2014년의 런던이었다. 처음 가본 도시이면서 처음으로 꿈꾸던 유럽에 간 것이다. 게다가 가족이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해외로 나갔던 첫 번째 경험이었다. 그동안의 내 삶에서 굉장히 낯선 경험이자, 가까운 지인들에게서도 못 들어봤던 경험이기도 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었다. 낯설고 힘들었던 것도, 부끄러운 순간들도 있었던 출장이지만, 설레고 신기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여행 같았다.




런던 출장의 이유는 석사로 다니고 있던 대학원에서의 해외 전시 참여 때문이었다. 해외 전시 참여는 나에게도 처음이었지만 학과에서도 처음이였기 때문에 몇 명이 전시 출장을 가야 적합한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그 전시에 나와 함께 갔던 출장자는 지도 교수님과 동기 한 명뿐이었다.


전시 설치일부터 철거일까지 우린 종일 전시장에만 있었다. 꿈꾸던 유럽에 갔는데, 아침에 숙소에서 전시장에 오던 길, 점심 먹으러 잠깐 밖에 나갔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낮에는 건물 안에서만 있었던 것이다. 점심도 멀리 가지 못하고 전시장 근처에서 먹었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첫 유럽의 하늘들 중 반은 밤하늘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 묶었던 민박집 마당에서 잠깐 봤었던 밤하늘이 작년 말에 가끔 순간순간 떠올랐다. 서늘한 공기에 반짝이던 별들과 풀벌레 소리. 그때의 사진은 남아있지 않지만, 방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크게 숨을 들이마셨던 것이 기억난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 여행을 못가니 생각난 것일까, 여행 기억이 소중해져서일까. (집 구조도 생각나고 그 동네의 낮사진은 있는데, 아쉽게도 그날의 밤하늘 사진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낮에는 전시장에 있었기 때문에, 런던 구경도 거의 해가 진 후에 했는데, 런던아이 근처에서 보았던 밤하늘과 공기도 감각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출장자가 적어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는데, 하루는 교수님께서 따로 잠깐 시간을 보내고 오라 하셨고, 갑자기 주어진 시간동안 어딜 갈까 하다가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벤과 런던아이에 갔었다. 런던에 막 유학 온 선배와 동기와 함께 셋이서 파랗게 빛나는 런던아이와 건물들을 보며 강가를 따라 산책하다가, 강가의 펍 야외 자리에 앉았다. 런던에서만 맛볼 수 있다며 돌아가기 전에 꼭 마셔보라고 추천받았던 기네스 블랙커런트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웅성웅성 조금은 소란스러운 펍에서의 기억은 그때의 공기와 온도와 함께 긍정적인 추억으로 남았다.



출장기간동안 비가 온 날도 있었지만, 마지막 짜투리 시간동안 공간 답사를 했을 때에는 아름다운 구름들이 함께한 하늘을 만났었다.

 

귀국 전 마지막으로 들렸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에서는 고래 같았던 런던 올림픽 수영장의 유려한 실루엣 너머로 그림 같았던 구름들을 보았다. 창에 비치는 하늘과 실제의 하늘을 번갈아 보며 감탄을 했었고, 고래 같다는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 수영장 외부를 한 바퀴 돌며 연신 셔터를 눌렀었다.



'빅토리아 메모리얼 파크'에서는 원형의 낮은 분수를 따라 천천히 돌며, 위치에 따라 달라지던 형태와 물소리를 감상했었다. 구간마다 달라졌던 느낌을 담고 싶어, 각각의 사진을 찍고 소리를 녹음했던 감정이 기억난다. 분수를 한 바퀴 돌고 나서 고개를 들어 보았던 노을과 식물들의 실루엣까지도. 



이러한 감정들과 감각처럼 기억나는 순간들이 첫 해외 출장에서 알게 모르게 긴장했었던 내 마음을 풀어주었고, 이후의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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