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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여행가K Mar 03. 2021

페이스메이커와 함께한
'초단기 1차 포폴 만들기'

무소속 공간 디자이너의 웹 포트폴리오 제작의 시작


포트폴리오.


내 마음속에 형체가 불분명한 짐이었다. 형체가 없는 상태로 점점 커져가며, '디자이너인데 포트폴리오가 없다니...'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소속인데!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 일이 바빠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서, 그 전에는 이미 알던 관계에서 일을 시작해서 포트폴리오를 요청받지 않아서, 만들어 본 지가 한참 되었다.


얼마나 되었는고 하니, 커리어가 시작되기 전에 대학 마지막 학기 때 만든 것이 끝이었다. 그때도 만들긴 했었는데, 취업시장에서 써보질 않았으니 수정·보완의 과정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무소속 기간에는 '내 일에 대해 언어로 정리되면 만들기 시작해야지.'라는 마음과 '슬슬 만들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런데 필요한 타이밍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게 언제일지 모를 뿐이지, 이미 경력이 있다면 언제든 이력서를 요청받을 일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다. 단지 아직 내가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았으니, 그 순간이 빨리 오지 않을 거라고 자기변명을 하고 있었을 뿐. 어쨌든 중요한 건 필요한 일이 생겼단 것이다. 그것도


며칠 내로 당장.


사실 요청 주신 분은 '간단한'이라고 하셨지만, 내 눈에 더 들어온 건 '이력서'였다. 형체가 불분명했던 짐이 갑자기 형체가 분명해졌다. 그러자 드는 생각은 '그래! 이때 아니면 언제 하겠노-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참에 1차 안을 만들자! 나에게 올 기회들을 놓치지 않게, 바짝 해서 1차 완료를 해보자.'라는 다짐.



그리고 또 하나

'혼자 하는 것보다 멤버를 모아보자. 나처럼 미뤄둔 분이나 급하게 필요하신 분이 계실 거야.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고, 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그래서 뉴먼 슬랙에 '초단기 1차 포폴 함께 만드실 분'이란 이름으로. 페이스 메이커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완성도가 아니라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키워드로 보여주는 '완료도'가 목표라는 것도. 혹시나 포트폴리오가 필요하신 분보다 자소서가 필요하신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사실은 포폴로 한정 지으면 아무도 신청을 안 해주실 수도 있으니까) '자소서를 위한 집중 시간 가지실 분도 환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각자의 작업시간 확보가 중요하니 인원은 나까지 총 5명으로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론 필요가 없었다. 띠오라 님 한 분만 신청해주셨기 때문이다.







1:1로 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 걱정이 잠시 들었는데, 2박 3일간 함께 벼락치기를 하고 나니 오히려 그 덕에 밀도 높은 시간이 되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번개 모임의 유일한 동료로, 서로의 고민을 더 잘 들어주고 아이디어도 주고받은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급한 번개이니만큼 촘촘한 계획이 아닌 열린 계획으로 시작했었는데, 둘이서 하니 일정이나 방식도 빨리 결정할 수 있었고.






처음 생각은 온라인에서 만나서 목표를 공유하고 각자 작업 시간을 갖다가, 피드백 시간을 갖고, 또 작업시간 가지는 것을 반복하려 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우선 띠오라 님과 만났다. 서로의 목표를 공유하고 40분간 각자 원하는 방향을 정리하고 구상해보는 시간을 가진 다음, 그 내용을 나누고 서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1시간 반 정도 함께하고, 이후 시간은 길게 맞추기가 힘들어서 각자 작업을 한 후 다음날 밤에 다시 만나 서로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루 만에 메인 페이지를 만들고, 프로젝트들을 추려 세부 내용을 넣을 페이지들을 생성해놓는 것까지 끝냈다. 실질적으로는 열 시간 정도 걸렸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노션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어려운 게 없었고, 주로 순서를 짜고 세부 문구들을 쓰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머릿속을 떠다니던 문구들과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을 기록해둔 표가 있었던 덕에 그 정도 시간만으로 큰 틀은 잡을 수 있었고, 띠오라 님과 만났을 때 목표대로 작업한 내용을 보면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피드백을 나눈 시간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효과적이었다. 직무는 달라도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의견을 줄 수 있었던 덕이다. 띠오라 님과 주로 나눈 피드백은 태그와 링크의 위치와 '에너지 조절'에 관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프로젝트 갤러리에 어떤 태그들이 보이면 좋겠다와 지우길 추천하는 헷갈릴 수도 있는 태그, 그리고 목표한 마감 시간에 맞출 수 있게 중요한 페이지에 우선적으로 에너지를 안배하는 것.


띠오라 님과의 이야기 후에 보여주고 싶은 프로젝트들 페이지에 세부 내용들을 넣기 시작했다. '에너지 안배'를 계속 떠올리며 '이번에 완성 아니고, 일단 1차 완료하는 거야. 힘 빼자.'라고 생각했음에도, 난 결국 밤을 새웠다. 놓으면 늘어질 것 같아서.




목표가 비교적 선명했던 나는 작업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띠오라 님은 목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에 시간이 더 필요하셨던 것 같다. 두 번째 만남에서 띠오라 님이 원하시는 결과물의 방향을 조금 더 상상해볼 수 있었다.


페이지 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기 헤어졌는데, 새벽에 작업하던 중에 문득 이전에 봤던 한 사례가 떠올랐다. 엄청 심플했지만 잘 모아서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혹시 몰라 주소를 저장해두었던 노션 포트폴리오였다. 띠오라 님처럼 여러 곳에 올라간 활동들을 소개 문구들에 링크로 걸어서 정리해둔 페이지라. '혹시 이게 더 맞으시려나?' 생각이 들었다. 보내드리려는 것을 혹시 잊을까 봐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슬랙 DM으로 보내드렸다.


날이 밝으니 띠오라 님께 연락이 왔고 몇 가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내 작업은 목표한 시간보다 조금 늦어졌는데, 끝날 때쯤에 띠오라 님께서 후기를 쓰셨다며 보내주셨다. 남겨주신 후기에는 막혀있던 생각이 뻥뻥 나아가며 작업하셨던 내용이 담겨있다.


읽다 보니 띠오라 님의 '나 조각모음' 프로젝트명처럼 활동 내역들을 조각모음 해서 잘 보여주시는 느낌이 든다. 최종 페이지 구상에 관해선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그 과정까지 글로 공유하니 함께한 느낌이 더 드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새벽에 보내드린 사례가 영감이 되었다니 기뻤고, 내 포트폴리오만 완료된 것이 아니라 함께한 동료도 결과물 얻게 되어 뿌듯함과 후련함이 배가 된다.


게다가 빠르게 후기를 남겨주신 덕에 자극받아, 나도 더 미루지 않고 지금 후기를 쓴다. 그리고 문득 나는 어떤 생각들로 내 웹 포트폴리오를 구상했는지도 글로 정리하고 싶어 졌다. (바로 뒤이어서 써놔야지!)




+ 고생했어요 띠오라 님, 2박 3일 벼락치기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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