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다른 분들의 포트폴리오는 어떤지 다시 한번 보면서, 나와 내 일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면 좋을지생각해보았다.
뉴먼 분들의 노션 포트폴리오와 페이스북 노션 페이지에서 보았던 포트폴리오 중 스크랩해둔 것들이었는데, 디자이너의 것만 있던 것은 아니다.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직군의 포트폴리오도 있었고, 어느 분야인지보다 자신의 일에 관해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가 중요했다.
여러 사례들을 보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에 가까운 사례들이 보인다. 이번에 만들어 보면서 느낀 것은 감이 안 잡힌다면 사례를 참고해서 우선 시작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일단 만들다 보면 어떻게 더 하고 싶은지 느낄 테니.
2. 도입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이전의 나는 '저 이런 거 할 수 있어요. 기회를 주세요!'의 태도였다. '다 할 수 있으니 시켜만 달라.'에 가까웠달까. 냅다 달려본 후인 지금은 '저는 이런 방향의 일을 하고 싶어요. 함께할 재미난 일이나 의미 있는 일이 있나요? 제가 벌이는 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동참해주셔도 좋고, 새로운 것을 제안해주셔도 좋아요.'정도의 느낌이다. 겨울왕국의 안나가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이라고 노래하는 느낌과 유사한.
소속되고 싶은 곳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설 준비가 된다면 달라지겠지만, 회복 기간 후 이제 슬슬 움직여보려는 참이라 이전처럼 내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겠다는 모드는 아니었다. 이번 포트폴리오로 재밌게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이 계속 찾아오기를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제일 처음 나를 소개하는 설명 부분이나의 태도와 바람을 잘 보여줄 수 있기를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함께하고 싶은 분들의 눈길을 끌 수 있기를 바랐다. 재미와 의미가 있는 일을 많이 벌이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만났을 때 더 넓은 세상이 될 수 있는 분들 말이다.
이 문구들은 빌라선샤인*을 시작한 작년 8월부터 나를 한 줄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해보며 다듬었던 것들이다. 제일 처음엔 이미 다 정해져 있는 이야기에 맞게 디자인을 해주는 것보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써봤었다. (*빌라선샤인 : 나의 일과 삶을 스스로 기획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커뮤니티)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의 역할로 나를 규정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고와 실행이 병행되는 일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획, 디자인, 연구 등 방법이 무엇인지보다 '무엇'을 하는지 주제가 더 중요한 사람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역할로 공간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그 이후에는 일방향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의 가치를 (또는 의미를) 나누는 사람'이라고 수정했다. 이 부분까지는 '벼락치기 포폴 만들기'를 시작하기 이전에 써놓았던 부분이다.
막상 포트폴리오를 만드려고 하니, 완성형의 문장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아직 만들어 가는 중이고 방향을 찾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완전한 것을 요구받기보다 과정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문장을 다시 수정했더니, 너무 길어지고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두 문장으로 나누니, 이해하기엔 쉬웠지만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는 진지한 느낌이라 이 내용들은 서브 문구로 쓰기로 하고, 메인 문구로는 조금 더 간결하고 재밌어 보이는 문장을 써봤다. 사실 아직은 주관적인 느낌이라 다른 분들의 첫인상은 어떤지 들어보고 싶다.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단어들이라.
지난 하반기에 스스로도 느꼈던 것은하고 싶은 것이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이었다. 해온 경험도, 지향점도 그렇고. 그래서 '헤르미온느'와 '다능인'이란 단어가 와 닿았다. 그런 후로 얼마 전부터 나를 '헤르미온느가 되고 싶은 다능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간 디자이너'가 맞을지, '공간 기획가'라고 하는 게 좋을지, 나의 직업적 정체성은 이게 맞는 것인지 잠시 의심했었지만, 결과적으론 '공간 디자이너'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드로잉'이라는 느낌이라'공간 기획'과 '공간 디자인'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 필요할까 했는데, 독서클럽에서 <디자인의 디자인>이란 책을 읽고는 '사실 디자인에는 기획도 포함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 줄 소개는'헤르미온느가 되고 싶은 다능인, 공간 디자이너'로 하고,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방향을 지향하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소개를 보충하는서브 문구로 썼다.
그다음으론 문구에 어울리는 사진을 넣고(사실 포폴엔 앞모습을 넣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마땅한 사진이 없기도 했고, 문구엔 이 사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문장에 담지 못한관심 키워드들이 아쉬워, 이런 내용들을 한 꼭지로 달아주었다. 흩어져있는 기록들을 '더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링크를 걸어줬고, '제안을 주고 싶으시다면'으로 메일 주소를 남겼다.
3. 한눈에 보기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
일의 종류나 방법보다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어떤 강점과 자세로 일을 하는가'를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보다 먼저 넣었다. 그다음으론 주로 해온 일들이면서, 잘하는 파트를 세 가지로 나눴고, 앞으로 이어가고 싶은 항목 한 가지를 추가해서 총 네 가지로'역할과 결과물'을 구성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들을 분류해서'그 외에 표현해온 방법'으로 구성해서 '역할과 결과물' 옆에 나란히 두었다. 이런 경험들이 주 커리어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큰 범주에서의 '내 일'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엔어디에서 어떤 경험으로 무엇을 배웠는지를 아래에 추가했다. 그리고 핵심적인 스토리나 에피소드는 인터뷰 방식으로 써둔 것들이 있어 링크를 걸었다. 지난주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인터뷰도 발행되면 여기에 넣고, 이후에 많아지면 갤러리 뷰 타입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다 보니 스크롤을 내렸을 때 한 페이지씩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잘 읽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키워드 중심으로 보이게했고, 자세한 내용들은 토글을 열면 볼 수 있게 했다.
카테고리별로 보충 설명과 해당 프로젝트들이 필요한데, 키워드 바로 밑에 주렁주렁 달면 한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아래로 내리고, 링크를 남겨두었다. 역할 및 결과물에는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 보기'로, 그 외의 방법들에는 내가 생각하는 이 프로젝트들의 공통된 의미를 담아 '성장과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 보기'라고.
카테고리별로 오른쪽에 써둔 문구들은 이후에 추가했다. 각 항목별 핵심 설명 중의 핵심으로, 활동 방법과 의미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떤 흐름으로 일을 하고, 어떤 의미들을 찾았는지 보여서 만족스러웠다.
4.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
& 성장과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
구체적 설명과 증명들
'한눈에 보기' 아래 나오는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 '성장과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 부분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 설명들과 증명들이다. 각 항목별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문장으로 서술하고, 프로젝트 갤러리로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작업들과 결과물을 냈는지 넣었다. 메인 페이지에서는 내가 지정해놓은 프로젝트들만 보인다.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들의 설명 마지막 부분에 '더 많은 공간 프로젝트를 보시려면'링크 페이지를 만들어서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프로젝트까지 포함한 전체 프로젝트를 볼 수 있게 했다. '성장과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전체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는 페이지와 연결했다.
프로젝트마다 커버 이미지를 지정하고, 본문에는'더 볼 수 있는 곳'으로 연관된 내용들을 북마크 링크를 넣어주고, 추가적인 이미지나 내용이 있는 것도 일단 넣어놨다. 넣을만한 사진을 못 찾은 프로젝트는 노션에 연결된 'Unsplash'에 있는 이미지로 일단 넣었다. 구체적인 자료 노출이 불가한 프로젝트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상세 기술하고, 안내 문구를 추가했다.
5. 닫는 부분
이어가고 싶은 대화는?
구체적 설명들과 증명을 끝낸 후, 제일 마지막에는'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로 웹 포트폴리오를 마무리했다. 이 포트폴리오를 보신 분과 이런 대화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설적인 직구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때때로 오해를 산 경험들이 있어, 청유형으로 써보려 했다. 이렇게 써놓은 문장들이 나에게도 긍정적인 장치가 될 것 같다. 혼자 달리지 말고 다른 이들과 대화하며 가자고.
그리고 진짜 마지막에는 '맨 위로 올라가기' 링크와 업데이트 날짜를 넣고, 중요한 메일 주소는 한 번 더 넣었다. 우피(Oopy)는 고민 중이었는데, 띠오라 님의 페이지를 보고 왠지 조금 더 깔끔해져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연결했다. 노션의 폰트가 아쉬웠는데 선택지가 몇 가지 더 있어서 만족하며 설정하고.
이렇게 해서 웹 포트폴리오를 1차 완성했다. 이전에 문구들을 고민했던 시간과 프로젝트 리스트를 작성했던 시간들을 제외하고, 이번 작업에만 30시간 정도 걸렸다. 시간으로는 이틀이지만, 중간에 다른 일정들을 소화할 게 있어서 3일간 진행했다.
6. 벼락치기로 웹 포폴을 만들고 나니,
뿌듯함과 후련함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과 보충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1차 완성을 하고 나니, 또 다른 생각들이 드는 것이다. 인정받았던 만큼,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특히 기획 부분에서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었고, 자료도 공개할 수 없으니 내 역량을 보여줄 수 없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그리고 빠진 내용들도 있었다. 졸업 후에 쌓아온 커리어와 실무를 넣는 것이 우선이라 아직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 때의 활동들도 넣고 싶고, 세부 내용들도 다듬어서 넣고 싶었다.
내용을 많이 넣어도 너무 길어지지 않게 링크로 잘 끊어주고, 토글로 적절히 줄여주면 된다는 점과 수정이 쉽고 반영이 바로 된다는 점들이 웹 포트폴리오, 그리고 노션 포트폴리오의 장점이란 것을 느꼈다. 이게 다 출력물이었다고 생각하면 이미 페이지에 압도되고, 작업시간과 편집에 품이 더 들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이건 아직 나 혼자의 느낌이니, 일단은 주변에 알려놓고 보완하려 한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고 내놓으면, 그 사이에 재밌는 일들과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날 스쳐 지나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