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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WOO May 10. 2021

전 세계는 왜 '귀칼'에 열광하는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흥행 요인 분석

끝없는 암흑이 계속되고 있다.

달콤한 팝콘 냄새와 시끌벅쩍한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하던 극장은, 어느새 전광판 소리만이 외롭게 흐르는 적막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천만 영화가 5편이나 나오며 영화 산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기대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러나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지금, 백만 영화조차 귀해져 버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었던 대표적인 장소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올 수 있기 때문에 기피하게 돼버리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붕괴 직전의 극장 산업계의 이단아가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나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개봉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스오피스 상위 10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그 작품.

 바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포스터


 이미 자국인 일본에서는 19년 동안 굳건하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흥행수입을 갈아치우며, 역대 흥행 1위 영화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는 아시아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4월 말에 뒤늦게 개봉한 미국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의 흐름이 전 세계적인 것임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전 세계는 왜 <귀멸의 칼날>에 이토록 열광하는가. 무엇이 이들을 '코로나'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극장으로 오게 만든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아래의 몇 가지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스토리적 측면

 <귀멸의 칼날>이 특별한 이야기를 가졌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일각에서는 '다이쇼'라는 시대설정이 국뽕 정서를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한국은 그 당시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었으니 오히려 불매의 원인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흥행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혈귀와 같은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기사라는 설정은 그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더러 등장하던 것이었다. 또한 정의로운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스토리의 흐름도 그다지 색다르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소년만화의 깔끔한 정석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일본 소년만화의 대표적 요소라고 불리던 열정, 우정, 희망, 정의를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정도껏 담아낸 것이다.

 비슷한 일례로 <어벤저스>를 들고 싶다. <어벤저스> 또한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들을 복잡하지 않게 그려내었고, 전 세계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신기하게도 이번 <귀멸의 칼날> 흥행국과 <어벤저스>의 흥행국들의 리스트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잠시 마블이 OTT로 눈을 돌려 자리를 비우는 동안, <귀멸의 칼날>이 그 틈새를 잘 파고든 것이 아닐까.


2. 의도치 않은 코로나 효과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코로나로 인해 극장은 많은 관객들을 잃어버렸다. 때문에 극장 수입을 기대할 수 없던 많은 대작들은 OTT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의 <승리호>, <낙원의 밤> 등은 넷플릭스에서의 전 세계 개봉을 선택하였고. <원더우먼 1984>, <고질라 vs 킹콩> 등의 할리우드 대작들 또한 HBO max라는 OTT 플랫폼 동시 개봉을 선택하였다. 그나마도 극장을 찾던 관객들이 볼만한 영화들이 대다수 사라진 것이다. 특히나 액션물이 문제였다. 일반 드라마 장르의 비해, 액션물은 큰 스크린에서 감상하고자 하는 관객들의 요구가 큰 장르이다. 극장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장르였으나, 액션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대작인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결국 2021년 극장에서는 제대로 된 액션물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것이 큰 흥행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귀멸의 칼날>의 액션 장면은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CG부터 깔끔한 카메라 무빙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액션적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현재까진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액션물이 극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고,  이는 <귀멸의 칼날>이 많은 극장 관을 확보하고 독주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귀멸의 칼날>조차 코로나로 인해 개봉일이 연기되었는데, 오히려 미뤄진 개봉일이 호재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코로나의 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OTT 가 급성장한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중 주요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판권을 구매,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하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귀멸의 칼날>을 예습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나 이번 귀멸의 칼날 극장판의 경우, TV 애니메이션을 그저 요약했던 <하이큐> 등의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과는 상이했다. TV시리즈 1기와 2기 사이에 있는 한 에피소드를 영화화한 것이다. 결국 애니메이션 2기를 보기 위해선 먼저 극장판을 감상해야 하는 관문이 된 것이다. 이것이 평소 극장에 찾지 않는 관객층까지 유입시켰고, 별다른 이벤트 없이 장기 흥행을 가능케하는 기반이 되었다.

 흥행이 장기화되자, 그동안 관심 없던 언론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영화이길래, 지금 이 시국에 이렇게 인기가 좋다는 것일까. 여기에 <어벤저스> 때처럼 '배타적 문화주의'가 또다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본 것을, 나도 빨리 봐서 문화적 흐름에 참여하고 싶은 심리가 대중들에게도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화제성은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결국 새로운 관객층의 생성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나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뿐이다. 도대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언제까지 흥행할 것인가.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코로나 사태도 이제 조금씩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과연  영화,  애니메이션은 인기를 그대로 이어갈  있을까? 아니면 코로나가 끝나기도 , 인기가 사그라질 것인가. 어떤 결과로 끝이 나든,  세계 영화업계에  다른 과제를 던져준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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