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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Nov 05. 2023

SNS를 끊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니 벌어진 일

아침저녁으로 밥을 하다가도 아이 기다리며 마시는 커피 한잔 앞에서도 늘 SNS를 켰다. 한 순간도 놓치면 큰일 날 것처럼 분리수거를 하고 들어오는 짧은 순간에도 접속했다. '어머, 이 엄마 또 어디 놀러 갔네. 어디야, 여긴' '세상에, 초등학생이 이런 책을 읽어? 대단하네.' '핫딜이다! 안 살 수 없지.'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각종 소식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부러워하고 놀라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 안에서 나는 온데간데없었다. 기록용이라며 근근이 올리는 내 사진과 근황들은 곁다리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로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 이야기와 인생을 구경했다. 한 때는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며 SNS 탈퇴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다. 앱을 지웠다 하루도 안돼 다시 설치했다. 스크린 타임을 걸었고 폴더 속에 앱을 숨기고 유명인의 팔로우를 끊기도 했다. 그렇지만 스크린타임은 무용지물이었고 비공개로 전환된 계정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SNS에서 검색도 하고 쇼핑도 하고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담당했다.



요즘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켜고 여는 앱은 '브런치'다. 합격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브런치에 이미 등단한 친구 말을 듣고 작년에 호기롭게 도전했다. 합격이 당연할 줄 알았는데 며칠 뒤 안타깝다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거 쉬운 게 아니잖아.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닌데, 두 번 도전은 꺼려졌다. 글쓰기에 자신도 없었을뿐더러, 막막했고 또 떨어질까 두려웠다.

키보드 위에선 얼음이 된다. 출처: 픽사베이


작년에 '슬기로운 초등학생활' 이은경선생님이 브런치 글쓰기 모집을 하는 것을 보고 고민을 했다. 기억나는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 독후감 숙제. 그리고는 대학입학 때 치른 논술인데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 글쓰기가 없었다. 아이 체험학습 신청서에 몇 줄 쓰는 글도 어려워 체험학습 가려면 신청서 걱정이 앞설 정도다. 글쓰기에 자신도 없었고 나를 위한 수업에 투자하는 것도 머뭇거려졌다. 그 수업료가 얼마던 말이다. 그렇게 글쓰기는 내 일상에서 후순위로 밀려갔다. 그러다 다시 본 브런치글쓰기 2기 모집! 1 기분들의 합격과 성공수기를 읽으면서 말 그대로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단번에 신청을 했다. 짧지 않은 모집기간이 어찌나 더디게 가던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어찌나 설레던지. '아, 이렇게 해야 합격하는 거구나.' 겨우 감을 잡기 시작했는데 브런치에 합격한 '작가님'들이 마구 늘어났다. 동기분들의 합격소식을 들으며 부러웠고 그 글들을 읽으니 불안했다. 다들 글을 어찌나 맛깔나게들 쓰시는지. 작가신청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합격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메일을 새로고침하고 브런치 알림을 들락거리며 내 기대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거의 마음을 놓고 놓아 저 바닥에 붙어갈 때쯤 합격 알람을 받았다. 세상에, 이게 되네! 합격하다니!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닐 합격소식이지만, 두 번만에 받아서인지 합격딱지에 날아갈 것 같고 길을 걷는데도 혼자 어깨가 으쓱했다. '작가님'이라니! 호칭도 호사스럽다. 합격메일 몇 자에 인생역전 드라마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앱을 다운로드했다. 세상의 모든 드라마와 영화가 브런치에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합격통지를 받은 후, 내 이야기를 발행하고는 통계를 들락거리느라 바빴다. 내 조회수와 라이킷은 언제 폭발할 수 있을까, 심각한 고민도 했다. 요즘은 주야장천 서랍(비공개로 글을 저장할 수 있다)에 들어간다. 잠시 스쳐가는 생각도 놓칠 새라 새 글을 저장한다. 지하철을 환승하면서도 장 보러 마트 가는 길에서도 글감을 생각한다. 잠시 앉은 식탁 앞에서도 눈을 굴리며 신박한 표현을 궁리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어린 시절엔 무슨 경험을 했었는지. 나의 인생에서 이야깃거리를 꺼내느라 바쁘다. SNS에 들어갈 짬이 나질 않는다. 중독인 줄 알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별이 금단현상도 없이 찾아왔다. 어제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인데 반짝이는 순간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이 시가 내 인생 이야기였구나. 어느 날, 브런치에 합격했을 뿐인데. 합격 전의 나는 이제 없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아직 쑥스럽지만 당당하게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함께 글 쓰는 든든한 이들이 생겼다.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고 했다. 아주 멀리 세상 끝, 우주 끝까지 갈 작정이다.


혼자 하는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브런치에 도전하세요.
브런치 도전이 어렵다면 슬초 브런치 모임을 찾아보세요!

SNS를 끊으려면 글쓰기를! 지난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히는 법이니까요.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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