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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y 02. 2024

관계에 대해- 윤혜와 승준

윤혜는 승준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연애할 때, 둘은 분명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 아니 호혜적 관계였다. 국제통상론 수업에서 ‘호혜적인 조치’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윤혜는 승준을 떠올렸다. 대학 학생처에서 근로장학생을 하다 만난 승준은 대학원생이었다. 윤혜는 학부생이었고 처음 갔을 때 승준에게 업무를 배웠다. 본래 자상하고 다정한 편이지만 내향인 승준은 낯을 가렸다. 그럼에도 윤혜에게 처음부터 잘해줬던 것은 날카로운 눈매의 윤혜에게 확실하고 특별한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같이 근무하는 날마다 승준은 하루치의 다정을 모두 윤혜에게 쏟아부었다. 승준은 윤혜를 만나기 시작하자 윤혜의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모를 거라는 말을 자주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윤혜는 걸음을 멈출 뻔했다. 부담스러워 장난으로 무마하려다 시야 끝에 잡힌 승준의 진지한 입꼬리에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큰 의미 없이 하는 얘기일 거라 여겼다. 낯간지러운 말도 할 줄 안다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어딘가 절절하게 느껴져서 사랑한다는 말이 오히려 나을 뻔했다고 생각했을 때 승준이 장난이라며 윤혜 어깨를 슬쩍 밀었다. 그 후로도 승준은 미션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 말을 했다. 얼굴을 보며 말했고 전화통화 끝에 덧붙였다. 진지하게 말했다가 은근슬쩍 농담처럼 건넸다. 열 번 듣고 스무 번 들을 때쯤 윤혜는 자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여겼고 승준은 윤혜 덕분에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승준은 조금씩 가라앉고 윤혜는 조금씩 떠오르며 둘 사이에 층이 지고 있다고 윤혜는 어렴풋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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