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여유 Jul 28. 2024

무릇 어른이라면 이런 어휘를!

<어른의 어휘력>을 읽고

마닐마닐¹한 증편을 야몽야몽² 먹으며 글 쓴다. 사부랑삽작³ 글 한 편을 발행하는 듯하다. A4 한 장쯤은 시삐⁴쓰나 싶지만 그리 줄잡으면⁵ 곤란하다. 실은 금세 다가오는 발행일에 되우⁶ 놀라 스스로를 달구쳐⁷ 내놓은 글이다. 이러구러⁸ 그런 나날들이 곱다시⁹ 쌓이고 있다.


1. 마닐마닐하다[순우리말] 음식이 씹어 먹기에 알맞도록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2. 야몽야몽[부사] 야금야금의 전북 방언.

3. 사부랑삽작[부사]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살짝 건너뛰거나 올라서는 모양

4. 시삐[부사]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하게

5. 줄잡다[동사] 1_어느 표준보다 줄여서 헤아려 보다. 2_대강 짐작으로 헤아려 보다.

6. 되우[부사] 아주 몹시. 되게, 된통.

7. 달구치다[동사] 무엇을 알아내거나 어떤 일을 재촉하려고 꼼짝 못 하게 몰아치다.

8. 이러구러[부사] 1_ 일이 진행되는 모양. 2_이럭저럭 시간이 흐르는 모양

9. 곱다시[부사] 1_무던히 곱게. 2_그래도 고스란히


책 읽으며 처음 본 단어들로 글짓기를 해보았다. 맞춤법 검사기에 돌려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도 있다. 불그죽죽, 불그스름, 벌건. 색을 나타내는 형용사들을 보며 한글 표현의 아름다움을 말할 일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다양한 형용사가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어휘를 아는 만큼 사물도 내 마음도 달리 보인다. 세세하게 물건 특징이 나눠 보인다. 섬세하고 자세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한다. 어휘력의 힘이다. 책에서는 '모르는 낱말들이 제공하는 삶의 지렛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지렛대는 작은 힘을 크게 만들어 준다. 더 현명하게 내가 가진 자원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새로운 낱말들을 알아가면서 두루뭉술하게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쓰듯 또렷하게 보인다. 다양하고 낯선 어휘들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도 하고 좌절하게도 했지만 이 책은 부족한 어휘력을 탓하고 생소한 언어와 표현을 익히라고 쓴 것이 아니었다.  

많은 개수의 낱말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낱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38쪽.
언어는 강철보다 견고한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두드려 금 가게 하고, 틈이 생기게 하고, 마침내 드나들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언어의 한계를 서로 달리 살아온 삶의 경험과 환경에서 비롯된 거라 믿어 소통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어휘를 선택할 때 조금은 더 친절해질 수 있다. 44쪽.
말은 인격이다. 고사성어나 전문용어, 어휘를 많이 안다고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갖췄다 할 수 없다. 그건 그냥 유식하고 교양 있는 거다. 나는 소위 유식하고 교양 있다는 사람들이 인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인격은 기본적인 어휘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에게 어떠한 의도로 쓰는지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99쪽.
어휘를 선택할 때 뜻과 함께 느낌도 고려해야 한다. 수신자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어감을 헤어려야 하는 것이다. 저 멀리 사는 남 얘기하듯 서술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상대를 바짝 끌어당겨야 하고 내가 바짝 다가가야 한다. 216쪽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타인과 조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가는 말을 더욱 곱게 만들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만 냥 빚을 갚길 바라는 마음이 ㄷ. 우리는 살면서 많은 말을 하고 산다.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며 산다. 말과 글이 완성된 요리라면 어휘는 재료다. 재료가 꼭 많아야 맛있는 요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차려낸 한 상으로도 우리는 감동할 수 있다. 요리를 많이 해 볼수록 나만의 레시피가 생길 수 있다. 말과 글에 재주가 없어서 말해야 하는 장소에서 주눅이 들고 글 쓸 기회가 두려웠다. 요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서 글 쓰고 있다. 아직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필력의 향상은 미미한 것 같다. 확실히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나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통한 깨달음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닌가 보다.

당신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써봐야 안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탁월한 효과 중 하나는 생각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5쪽

독서를 하면 저절로 생각이 깊어질 거라 예상했다.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책을 읽어도 그대로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생각이 깊어지고 문제와 상황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쓰기라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어휘사용이 지렛대가 되어 내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생각과 마음을 적절하게 전달하는 필요한 어휘를 고심하는 어른이고 싶다. 보다 따스하고 진정성 있게 말을 건네려 상대를 헤아릴 줄 아는 어른이고 싶다. 좀 더 나은 어른을 꿈꾸게 해주는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섯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