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전환한 한 달이었다. 브런치 연재북 두 개를 완료하고 쉬었다. 6개월 정도 이어오던 글쓰기라 처음엔 후련하기도 했지만 어색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 마음이 이틀이라도 갔으면 혼자서라도 어디든 끄적끄적했을 텐데 아직 습관이 되지는 않았나 보다. 일기 말고 글쓰기는 처음이었으니 6개월 만에 굳은살이 배기기는 무리였다. 차곡차곡 공든 탑을 쌓고 있다며 열심이었지만 견고하지 않은 탑은 금방 무너져버렸다. 하긴 2년 동안이나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활 하다 제대하는 사람들도 그런 생활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고 들었다. 21일, 66일이면 습관이 형성된다는데 그 시간이 습관을 단단하게 고정해 주진 않는 것 같다. 대체 얼마나 습관을 지속해야 하는 걸까. 어디선가 평생일 것 이라는 절망적이면서 동시에 위로가 되는 글을 본 것이 떠오른다. 브런치에 글 8개 쓰려던 월간 목표가 생각나 부랴부랴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더 길게 쉬면 점점 안 하는 쪽으로 굳어질 것 같은 불안함도 한몫했다. 목표 8개는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아 아쉽지만 연재 외에도 몇 개 더 쓴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수치화한 목표 덕이라 생각한다.
다른 목표는 대부분 하던 것들이고 새롭게 시작한 것은독서 인증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헤스티아 님이 주관하는 하루 4번 독서 인증하는 주독야독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독서량이 부족한 것 같아 멱살잡이 해줄 시스템을 찾은 것인데 확실히 7월 독서량이 대폭 상승했다. 남에게 보여주려 열심히 인증하는 셈이니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쇼펜하우어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와 상반되는 삶이다. 남에게 보여주려다가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책 많이 읽어야겠다는 계획은 인증이라는 닻을 통해 실천에 옮겼으니 말이다. 원래는 덫이라고 쓰려했다. 덫이 나를 옭아매야만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수로 점 하나가 달리 찍히며 덫이 아닌 닻이 되었다. 닻을 던져 원하는 방향, 올바른 쪽으로 나를 이끈다고 생각하니 인증하는 과제가 더 즐거워진다. 괜히 내가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오타를 통해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다. 결산하는 글도 성장모임에서 약속한 것을 인증하기 위한 것이다.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일정한 시스템에 나의 의지를 붙들기 위한 닻,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게으름을 끌고 가는 닻이기도 하다.
삶은 나에게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려고 늘 여기저기서 매복 중인 것 같다. 매복 목적은 기습 공격이 아니라 깜짝 선물이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실수하고 실패할지 전전긍긍하며 긴장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예상한 과정이 아니고 원한 결과가 아니더라도 어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놀라운 교훈을 주고 갈지 기대하면 된다.
벌써 2024년이 반 지났다. 반이나 남은 것도 아니고 반밖에 안 남은 것도 아니다. 반이 남았다. 기대도 줄이고 실망도 줄여보려 한다. 다만 현재에 집중하고 나에게 몰입하고 싶다.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되지 않을 테지만 시도 해보는 거다. 불평하고 화내겠지만 일단 해보는 거다. 그게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몰라도 뭐 어떤가. 마음먹으며 글 쓰는 지금만 마음과 의욕이 충만한 걸로 만족하면 어떤가. 다음 번에 다시 결심하면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 글 쓰기 위해 지난 한 달을 짚어보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를 알게 되는 것에 감사한다. 글 쓰게 된 것도 함께 모여 각자의 성장을 도모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게 된 것도 감사하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감사를 이야기하게 되다니 참 감사하다. 이러니 남은 반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