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나의 목표는 소박했다. 7월에 감사 일기 31일 완주에 힘입어 감사 일기 31일을 목표로 했고, 브런치 연재를 빼먹지 않으면 쉽게 달성할 수 있었던 글 10개 쓰기. 약간의 걸림돌이라고는 독서 인증 100회. 지난달에 아쉽게 달성하지 못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실은 ‘운동 등록’ 이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목표의 난이도에 따른 달성인 것인지 앞의 두 목표는 달성했고 뒤의 두 개는 실패했다. 자기 계발 책을 보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약간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번 달은 난이도 실패다.
8월에 아이가 평소보다 이른 개학을 했다. 겨울에 학교 공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학교는 방학이니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거기에 날이 심하게 덥기도 해서 8월은 약속 없이 거의 집에만 있었다. 아무도 없는 너른 수영장에 둥둥 떠 있는 튜브에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특별한 일도 없고 특별한 일을 할 마음도 없이 그냥 유유자적. 유유자적은 예상과 달리 평소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일당 독서량이 늘었다. 독서 인증 덕이기도 했지만 집에 머문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책 읽을 시간도 많았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증이나 독서 모임 같은 시스템보다도 시간이 많은 환경이 가장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그건 간과한 채 다른 사소한 것에 매달려 있는 걸까. 디테일의 힘은 기본이 갖춰진 후에 발휘될 터다. 이번 경험으로 머릿속에 콕 박혔길 바란다. 평소보다 서평단 도서도 확 줄었는데도 독서를 많이 했다는 것을 확인하니 기분 좋았다. 하릴없이 시간만 보낸 줄 알았던 8월이 갑자기 알차게 느껴진다.
또 하나는 다이어트를 한 것이다. 살이 찐 것은 물론 최근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서 다이어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빵, 과자, 과일을 좋아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뭐가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밤에 간식 먹는 비율이 높아졌고, 후식을 빼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다이어트를 찾다 보니 식단 조절을 하는 프로그램 중에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눈에 띄었다. 비만 전문가 박용우 선생님이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문제라고 지적한 탄수화물 중독이 바로 나인가 싶어 제동을 걸고 싶었고 프로그램을 만든 선생님 본인이 운동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식단 조절을 하려면 일단 약속이 없어야 실행이 수월할 것 같았는데 집에만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외부 식사가 없으니 유혹이 적어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고 마음먹은 대로 실행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이어트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했는데 별 반응이 없다. 남편은 자기를 만난 이후로 다이어트를 안 한 적이 있었냐고 물었다. 반박할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이었지만 수긍하는 대신 남편을 타박했다. 제대로 다이어트해보는 것은 고3 이후 처음이다. 끝까지 잘 마무리된다면 나의 다이어트 역사에 눈에 띄는 한 획이 될 것이다.
목표를 짜는 그 순간에 벌써 실패를 예상했다면 그 목표는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을까. 운동하기도 아니고 운동 등록하기였을 뿐인데 왜 난 하지 못했을까. 운동 등록‘만’ 하려던 게 목표가 아닌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일까. 솔직히 운동을 하는데 큰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운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나에게 소중한 가치로는 자리 잡지 못한 탓 같다. 그럼 돈 안 되는 운동을 하면 되지? 요즘은 홈트를 위한 영상도 넘치고 계단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라던데. 알면서도 실천이 안 되니 돈을 들여 하려던 것이었다. 아무 소득 없이 머릿속에서 무한으로 되풀이되는 이 질문과 답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달은 운동등록엔 실패했지만 운동을 했다. 막판에 시작한 다이어트 덕분인데 하루 10-15분이지만 운동하고 있다. 주 2회가 3회가 되고 4회가 되었다. 식단 조절한 게 아까워서 운동했고, 운동하니 체중 감량 속도가 빠른 것 같아 또 운동하고 있다. 굳게 다짐하는 것보다 티끌 같은 이유가 더 힘이 센가 보다.
지난달에 쉽게 달성했던 감사 일기, 브런치 글쓰기를 이번 달에도 똑같이 한 것뿐인데 결산이 의미가 있을까? 분명히 있다. 8개월째 하다 보니 목표를 세운 것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짚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잘하고 못한 것을 따져보기보다는 ‘어떻게’ 잘하고 ‘왜 ’못했는가를 짚어보는 과정이 좋다. 그동안은 사는 대로 살았다면, 결산을 한 이후에는 생각한 대로 살고 있다. 결괏값은 똑같을지라도 내가 의도한 것을 이룬 것과 어쩌다 이룬 것은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똑같이 노력해도 바라보는 방향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겉으로는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원하는 것은 저 멀리 있고 바라는 것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작년과 다르다. 작더라도 이룬 성취가 쌓여있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은 단단해졌다. 지금 무얼 위해 어딜 향해가고 있는지 가끔 멈춰서 돌아보고 생각할 줄 알게 되었다. 결산하는 잠깐 뿐이라도 다음 달의 내가 기대되고 오늘보다 나아진 나를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