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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비법은 시간관리일까

매일글쓰기 12.

by 다정한 여유




오늘의 글감 : 어떤 기록을 하고 있나요?

기록하고 있는 것에 관해 써 주세요. 일기도 좋고, 아이에게 남기는 짧은 쪽지도 좋고요. 도서관에서 책을 찾으며 쓰는 청구기호도 좋고, 장보기 목록도 좋지요. 뭐든 기록하고 있는 것이 있을 거예요. 잘 찾아보세요^^




“뭘 그렇게 많이 해요?”

“어떻게 시간을 써요?”


최근에 만난 분들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좀 정신없는 편이라 뭘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편이라 실제로 시간관리에 관심이 많기도 하다. 스스로는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싶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나는 많은 일을 하는가, 많다면 어떻게 하고 있는가.

브런치에 가끔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스레드에 종종 길고 짧은 기록을 남긴다. 민화를 배우고 달리기를 한다. 2개의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하고 1개의 온라인 고전모임, 아이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필사모임, 문장 나눔 모임, 고전 읽기 모임, 경제독서모임, 성장모임을 한다. 여기에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쓰고 보니 적진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어떻게 다 하고 있을까?


우선 아이가 하나다.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어 학원에 가는 시간이 늘었고 남편도 평일에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에 많지 않아 물리적인 시간 자체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 시간 중에 흥미도, 재능도 없어 살림에 쓰는 시간, 나를 꾸미는 시간(네일, 미용실, 피부과, 사우나, 운동 등)은 최소한으로 쓴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한 확보되고 그 시간에 테트리스하듯 하고 싶은 일들을 차곡차곡 쌓고 잘 끼워 넣고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시간 관리지 특별한 비책은 아닌 듯하다.

여기에 약간의 기질적 특성이 더해진다. 성격이 급하고 손이 빠른 편이라 해야 하는 일은 휘리릭 해치운다. 때로는 아니 자주 하고 싶은 일도 후루룩 해버린다. 내가 하는 일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여 보완하려 했다. 그렇지만 쉽지 않았다. 많은 노력을 들여도 퀄리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거기에 들이는 노력을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에 쓰고 있다. 내 성격과 기질을 살려 질보다 양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 더 설명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 좀 부족한 느낌이다. 아직 용의 눈이 안 찍힌 것 같은데 대체 그게 뭘지 곰곰이 생각한다. 아! 그거다!


기록 때문이다! 바로 기록이 만든 착시였다. 내가 기록을 했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자기 계발, 기록의 순기능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하는 일을 죄다 기록하고 인증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 엄청 많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내가 한다고 나열한 모든 활동은 빠짐없이 기록된다. 책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은 물론 민화를 그리고 달리는 순간까지 SNS 활동을 통해 기록된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고스란히 저장되고 보인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해도 기록의 옷을 입은 나의 일들이 더 눈에 띄었던 것이다. 비결은 시간 관리 자체가 아니라 그 빈틈없는 시간을 증명해 보여준 기록 덕분이었다. 나에게 있어 기록은 나의 활동량을 증폭시켜 주변과 세상에 나를 각인시키는 도구였다. 기록의 중요성을 이렇게 새롭게 발견하게 되다니.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즐겨하지 않는다. 인증해야 해서, 다들 하니까, 내 할 일을 찾고 싶어서 하면서 그동안 사실 목적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하면서도 자꾸만 왜 하는지 고민됐다. 하지만 이제 고민은 끝났다. 답이 명료해졌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기록을 앞으로도 그냥 계속해야겠다. 오늘도 이렇게 킵고잉!




일상을 기록할수록 나라는 세계는 넓어진다.
기록이라는 세계_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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