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사람들이 나를 비춰주었다.
송별회 자리라는 건 참 묘하다.
떠나는 사람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
어쩐지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말을 꺼내게 된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나는 그냥 평소처럼 앉아 있었는데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말을 건넸다.
“선생님은 처음 볼 때부터 사람을 빠져들게 해요.”
“볼수록 진심으로 대해주는 분이에요.”
“유머 코드가 잘 맞아서 같이 있으면 편했어요.”
“정이 흠뻑 들었어요.”
“우리 학교에서 인격이 훌륭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선생님이에요.”
말을 듣는 내내
고맙다는 말보다 먼저 들었던 감정은
조금의 놀라움이었다.
내가 그렇게 보였구나.
살면서 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흔들릴 때도 있었고
동료 앞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려오는 나의 모습이
마치 낯선 사람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들은 내가 잘났다는 뜻이라기보다
내가 사람을 대할 때 지키려고 애썼던 마음을
누군가 알아봐 주었다는 의미 같았다.
조금 더 천천히 듣고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하고
관계를 쉽게 소비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이렇게 남아 있었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대신
사람들의 말과 눈빛 속에서
조금씩 비친다.
어제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지를
잠시 들여다본 날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게 살아왔구나.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앞으로도
사람을 대할 때 서두르지 말자.
관계를 가볍게 넘기지 말자.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잃지 말자.
누군가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남는 삶.
어쩌면 그것이면 충분하니까.
어제,
사람들이 나를 비춰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빛 속에서 잠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