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포레스트
학창 시절엔 눈칫밥을 종종 먹을 때가 있다
방학 기간 집에서 놀기만 할 때,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막 달고 대학생이 되어 방학 중 변변한 알바가 없어 집에서만 있거나 졸업 후 직장을 구하는 시절도 그럴것이다
집이 백수 한둘정도 있어도 넉넉할 정도가 아니면 다들 비슷할 것이다
온전히 내 힘으로 돈을 벌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눈칫밥을 먹을수 밖에 없다
그것이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 눈칫밥 인생이다
리틀포레스트를 보고 눈칫밥 생활이 떠오르는건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럴수 밖에 없다.
리틀포레스트는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일본에서 먼저 1, 2편 겨울과 봄편으로 나뉘어져 영화화 되었고 마침 왓챠에 올라와 있어 다행이도 한국판을 보기전에 미리 일본판을 볼 수 있었다.
일본판과 한국판은 같은 주제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필자는 그것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에서 온다고 보았다 일본판에선 캐릭터들이 다들 차분하고 담담한 느낌이라면 한국판의 캐릭터들은 발랄하고 즐거운 느낌이다 청년들은 활기차고 밝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한국판에는 적용된 듯 하다
일본판에서 열연한 하시모토 아이는 사연있는 얼굴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반면 한국판에서 김태리는 얼굴에서 부터 뿜어져 나오는 발랄함에 마치 청춘만화 여주인공 느낌이 난다 일본판이나 한국판이나 고향친구 3인의 구성은 똑같이 나오지만 한국판의 세친구가 훨씬 더 끈끈하고 친한느낌이 강하다 개인화된 일본사회보다 단체의 관계가 더 중시되는 한국사회의 차이점 인듯 하다.
일본판은 음식으로 캐릭터들간 관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수준급이었다 우리가 시간때가 되어 밥을 해 먹듯이 자연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되고 여러 인물들이 요리에 담긴 이야기 주제에 맞게 주인공과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 밥상에서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져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밥상을 차린 느낌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요리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어색함이 있었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오질 못했다 한국인에겐 생소한 크렘브륄레에 관한 이야기나 토마토를 먹으며 엄마와 나눈 이야기는 음식과 이야기가 어울어지지 못한 느낌이다.
일본판이나 한국판이나 주인공이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오지만 일본판 주인공은 고향에서의 삶이 조급하지 않다 조용히 농사를 짓고 마을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한다 하지만 한국판의 주인공은 고향에 내려와서도 조급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의 행방을 묻는 고모와의 대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남자친구의 서울에 언제 오냐는 재촉 통화, 고향친구 재하의 일침 섞인 대화 등에서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한 눈칫밥 고향 생활이 그려진다 마치 식사시간에 듣는 부모님의 잔소리 같은 느낌이다
지금의 한국 젊은층은 극심한 압박감에 놓여있다 학업, 취업, 연애, 결혼 한순간도 편한 때가 없이 조급하게 살아간다 그 조급함은 도시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감독은 말하고자 했던것일까? 그 조급함을 위로하듯 정성을 들여 음식을 차리고 먹는다 그리고 잘먹겠습니다...
그 조급함이 잘 소화되어 잘먹었습니다로 끝나길 바란다.
[리틀포레스트](2018)
감독 : 임순례
출연 : 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진기주(은숙), 문소리(혜원 엄마)
상영시간 : 1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