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사명감을 가져갔습니까?

라이브

by river just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무료로 구독할 즘엔 영화 콘텐츠가 부족하여 영화를 주로 보는 내가 이용하기에는 부적합한 플랫폼이라 생각하여 구독 연장하지 않다가 최근 영화 콘텐츠가 많이 보강되었다고 하여 왓챠에서 넘어왔다 왓챠는 월 7,000원 정도만 내면 됐는데 넷플릭스는 14,000원을 내야 이용 가능했다(더 저렴한 멤버십도 있지만 UHD를 이용하고 싶은 화질성애자인지라 제일 높은 등급으로 구독했다)

가격이 높아지니 무료로 구독할 때와는 다르게 열심히 봐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영화 콘텐츠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역시 넷플릭스는 드라마 위주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드라마 뿐이었다 외국 드라마가 풍년을 이루지만 tvN을 필두로 한 한국 드라마도 꽤 많았고 최근 방영하는 드라마도 올라오고 있었다 현재 방영 중인 라이프와 미스터 선샤인은 몰아보기를 위해 우선 제쳐두고 눈에 들어온 건 몇 달 전 방영 종료한 라이브였다




라이브는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김규태 PD와 노희경 작가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다시 만나 또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특히 그동안 가족, 연인 위주로 각본을 쓰던 노희경 작가가 전하는 경찰 이야기는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경찰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나오는 경찰은 언제나 무능하며 항상 사건이 끝나면 나타나는 존재이고 비리로 가득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에 뒷받침하듯 뉴스나 인터넷의 현실 미디어에서도 경찰의 부정적인 모습만 나온다 그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결과로 우리는 경찰을 짭새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경찰이 우리가 생각하는 무능한 비리 경찰일까?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경찰 공무원의 수는 11만 4000명 정도다 매년 그 수가 늘어났으니 2018년엔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12만 명이나 되는 조직이 전체가 썩었을 리는 없다 어딜 가나 물을 흐리는 소수의 사람들이 전체를 욕먹게 한다 대부분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경찰이란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런 대다수의 정의로운 경찰이 전 세계 치안 1~2위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라이브의 시작은 주인공인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가 경찰이 되는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정오는 만년 취준생으로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으며 이 기업 저 기업 면접을 보다가 경찰 공무원 채용 광고를 보고 차별 없고 안정적인 경찰 공무원에 매력을 느껴 지원하고 염상수는 다단계 회사에서 우리사주까지 구입하며 일하다가 사기를 당하면서 경찰서까지 끌려오게 되고 그곳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찰을 보고 경찰이 되기로 한다 둘 다 시작은 사명감 1도 없이 경찰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경찰 공무원이 되는 게 어디 쉬운가? 요즘엔 너도 나도 공무원이 되려고 난리다 몇십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그냥 공무원도 하늘에 별따기지만 경찰 공무원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시험만 통과한다고 끝이 아니다 경찰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경찰이 되어서도 1년 정도의 월급 140만 원인 시보 생활을 끝내야 경찰이 될 수 있다 그때까지는 고용불안이 계속된다 평가를 낮게 받아 쫓겨나던지 아님 힘들어서 내발로 그만두던지 둘 중에 하나다 라이브는 그런 초보 경찰의 고난이나 고민을 잘 전달한다



특히 지구대에서의 일선 경찰 생활은 지옥의 연속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밤낮이 바뀌는 근무와 수많은 사건 사고와 강력 범죄들 또 그 속에서 들어오는 민원들이 끝없이 주인공들을 괴롭힌다 일선의 경찰들은 을중에서도 슈퍼 을이다 경찰이라는 사명감 없이는 버틸 수 없는 하루하루다



라이브는 사명감 없는 주인공들을 회가 거듭될수록 사명감이 생성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피해자에게 연민들 느끼고 범죄자들에게 분노하면서 동료들에게 화도 냈다가 서로를 이해하며 도와주고 민원인의 갑질에 무기력했다가 조직 내의 권력자에게 대항해 함께 뭉쳐 싸우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일선 경찰들의 고충이 잘 드러난다 일은 힘들고 그 노고는 인정받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이며 오히려 무시당하기가 일쑤이다



그동안 경찰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강력한 악당을 제압하여 주인공을 빛내거나 미제 사건을 해결하면서 경찰을 우러러보게 만들었다 반면 라이브는 악당이나 사건이 중심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과부터 사건을 해결하면서 받는 경찰일에 대한 자부심, 때론 그 과정에서 받는 고통과 괴로움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생생한 취재를 통해 경찰이 시민(국민)들에게 공권력으로 각인되기보단 대다수의 경찰이 이야기하는, 제복 입은 성실한 국민과 시민, 민원과 치안을 해결하는(시달리는) 감정노동자로 기억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드라마 막바지에 들어서는 경찰의 부정적인 면을 꼬집는다 사명감을 가지며 일하던 경찰들에게 사명감을 앗아간 경찰 조직 수뇌부에게 따져 묻는다 누가 감히 나의 사명감을 훔쳐갔냐고 그들이 목숨처럼 여기던 사명감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 정도이다 사명감이 경찰의 전유물은 아니다 누구나 사명감을 가질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때 그 사회는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 연일 뉴스나 신문에서는 검, 경 수사권, 기소권을 두고 공방이 오고 가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국민들은 그놈이 그놈이라 하지만 그들에겐 그런 국민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일선에선 오늘도 열심히 자기 임무를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사명감을 앗아가는 것은 누구일까? 경찰을 무시하는 국민들 일까? 자극적인 기사에 열 올리는 언론들일까? 아님 일선 경찰을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조직일까? 국가일까?

오늘도 열심히은 바 책임을 다하는 그들의 사명감이 진정으로 대우받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라이브는 훌륭한 제작진 훌륭한 배우들이 모여 만든 훌륭한 드라마다.




[라이브](2018)
연출 : 김규태 극본 : 노희경
출연 : 정유미(한정오), 이광수(염상수), 배성우(오양촌), 배종옥(안장미), 이순재(양촌 부), 성동일(기한솔), 장현성(은경모) 외
18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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