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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Jan 15. 2021

서양 음악의 구약성경,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1권 1번 C 장조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전에도 이미 있었지만 아직 익숙치 않았을 뿐입니다. 해는 새해에만 뜨는게 아니라 직장인들이 제일 바라는 불금에도, 반대로 블루 먼데이로 피로감에 젖어 시작하는 월요일에도 항상 뜨고 집니다. 무엇이든 첫 출발은 불편하지만 시간이 흘러 몸에 익으면 습관이 되어 모든 행동양식의 기본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그렇기에 일상의 흐름에서 어떤 문제를 만나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기본에 충실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꼼꼼히 점검해 보는게 아닐까 합니다.


서양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입니다. (참고로 우리 국악의 아버지는 박연 선생이시죠) 바흐의 작품만 남아 있어도 이 세상 음악을 다 복구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서양 음악의 기본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둔 분입니다. 실제로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클래식 음악이라는 타이틀이 던져주는 그저 고색창연하게 느껴질 따분한 선율이 아닌 굉장히 수학적으로 짜임새 있는 계산 하에 고도의 학습된 선율이 오선지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해서 바흐의 음악이 주는 감동이란, 청중으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데서 갑작스럽게 두드리는 타종이 아니라, 차곡차곡 어디 하나 빠지는데 없이 치밀하게 공들여 쌓은 설계와 연구 끝에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없게 만드는 당연한 결과일런지도 모릅니다. 조금 다른 입장에서 보자면, 그의 음악은 흥분의 도가니 속에 몸이 젖어 있다가도 나오면 금방 사그러들고 마는 모호한 느낌이 아닌 책상 앞에 의자를 당겨 앉아 종일 고뇌 속에 두툼한 책에 새겨져 언제든 찾아가 공부하게 만드는 분명한 지침이 있는 이성의 영역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클래식의 아버지 바흐, 언제봐도 근면성실의 아이콘이다 [출처:위키


바흐는 음악가 라는 예술인의 타이틀 이전에 본인의 업무를 게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 속에 책임지고 마무리 짓는 장인이자 근면성실한 작업인이었습니다. 이런 바흐의 음악은 분명 흥을 돋구는 분위기나 불시에 강렬한 화음으로 귀를 자극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초등, 아니 국민학생 때 바흐의 인벤션을 렛슨 받던 당시, 늘 색색의 형광펜이며 색연필로 주 멜로디와 그 변주를 파악하며 표시하는 걸로 악보 여기저기에 괄호며 색칠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여기는 왼손을 더 크게, 저기는 오른손에서 더 분명하게, 일반적인 음대생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얼음공주 선생님 밑에서 어렵게 따라가며 배웠는데, 그 덕에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면 자동으로 주 선율을 파악하게 됩니다, 아니다, 파악하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던 렛슨의 후유증 같네요.




다시 음악의 아버지 바하로 돌아가겠습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2권으로 권당 24개의 장, 단조 곡을 프렐류드와 푸가를 통해 날줄과 씨줄로 촘촘히 엮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보다는 치밀한 학자이자 장인의 면모가 돋보이는 곡이지요. 교육용으로 작곡했는데 별명이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 랍니다. 신약성서는 그럼 어떤 분의 어느 곡을 지칭할까요. 바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입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제3악장을 제대로 연주해 보는게 저의 올해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 날이 그 날 같아 보여도 언제나 무언가의 시작은 긴장되기에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그러다 일정한 패턴 속에 능숙해져 잘한다 싶으면 본질을 잃은 채 테크닉이나 기교에만 치중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지요.  새로운 환경 속에 헤맬 때건, 익숙함 속에 느슨해질 때건, 누구에게나 돌아가서 점검할 기본이라는게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기본은 어디에 있는지요. 바흐의 짧은 선율이지만 기본이라는 테마 아래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1권 1번 들어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p5yAq-stF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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