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Jul 17. 2021

스페인에선 읽는 게 sexy 한거다

국어, 영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모두 모여라

아내와 기분 좋게 브런치를 먹고 나왔습니다. 

헌데 눈앞에 마을 서점 광고물이 떡하니 버티고서 나 좀 봐라, 진짜 멋지지 않냐 합니다.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는 기본에, 호흡곤란까지 일으킬듯한 상황. 게다가 미간에 새긴 내 천川자를 보아하니 타블로이드판에 뭔가 심각한 기사가 실렸는가 싶어요. 필자는 시도조차 해 보고 싶지 않은 자세지만, 이 형님, 감히 넘보지 못할 멋이 있습니다. 


Reading is Sexy


사진 인물이 누구이건 간에 전하려는 의도는 단순합니다. 

읽는 건 sexy 하다. 그러니, 책 좀 읽어(주시)라, 제발.


sexy는 기본적으로 성과 관련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것만 아니라, 넓은 의미로 매력적이거나 흥미롭다는 뜻도 갖고 있답니다. 아래 메리엄-웹스터 영영 사전의 단어 정의를 한번 보시죠.

유의어 erotic은 말 그대로 에로틱이고, appealing 역시 여러분이 이미 아는 무언가에 어필한다는 그 말 맞습니다.


이 광고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저 위에 보이는 Gallo Nero 회사의 작품이랍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의 언론 출판업체 Gallo Nero 갈로 네로의 포스터예요. 


재미난 건 Gallo Nero는 스페인어가 아니라 이태리어라는 것이죠. 

Gallo갈로는 수탉이고, Nero네로는 <검은 고양이 네로>처럼 검다는 뜻입니다.

즉, 둘이 합쳐 <검은 수탉>이란 뜻이 되는 거예요.


복습 차원에서 다시 말하자면, 라틴 계통의 이태리어, 스페인어에서는 

o는 대개 남성 명사와 형용사에, a는 여성 명사와 형용사에 붙습니다. 

슈퍼 마리[오]와 성모 마리[아]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르던 <검은 고양이 네로>의 네로는 암컷일까요, 수컷일까요.

그렇죠. 수컷입니다. 암컷이라면 끝이 o가 아닌 a를 써서 Nera네라가 되겠지요.  

(검은 고양이 네라~ 네라~ 네라~ 귀여운 나의 친구는 검은 고양이?! 아, 뭔가 어색합니다. 하하하)


이태리어로 수탉을 Gallo Nero 갈로 네로 라고 한다면, 스페인어로는 뭐라고 할까요. 

매우 비슷해요. Gallo Negro 가요 네그로 라고 합니다. 

유럽 발칸 반도 국가 중에 Montenegro 몬테네그로 라고 있죠? 

스페인어가 아닌 이태리어 방언으로 <검은 산>을 뜻하는데, 스페인어로도 의미는 동일합니다.


reading은 read + ing 형태로 영문법에서 많이 들어본 동명사 

(동사의 의미+명사의 쓰임새, 즉, 문장의 주어, 목적어, 보어 역할) 형태지요. 

우리말로도 <읽다는 sexy 하다?> 이 문장 이상하잖아요. 

읽는 건, 읽기는 이렇게 써 줘야 자연스럽죠.

그래서 영어도 read 라고 직접 쓰는 게 아니라 ing를 붙여서 reading 이라고 만들어 주는 거랍니다.


그런데, 재미난 건, 스페인어, 이태리어, 독일어는 동사를 직접 주어로 쓸 수가 있어요.

Leer es sexy. / Leggere è sexy. / Lesen ist sexy. 

이렇게 말이죠. 

음, 깍뚜기로 프랑스어도 넣어 볼까요. Lire est sexy. 얘도 동사를 바로 주어로 씁니다.

아, 이건 또 왜 이렇게 써서 복잡하게 만들어... 하기보다는,

아니, 이렇게 쉽게 쓴단 말이야? 허, 수고를 덜어주니 그거 참 고마운 일이네. 하고 생각해 보세요. 

(너무 어거지라 죄송합니다. 저는 어렵다고 느껴질 땐 이렇게라도 돌려 생각해 보곤 했어요.)


참고로, 영어의 read는 독일어 raten라텐 이란 동사에서 왔어요. 

Raten은 추측하다, 추천하다, 충고하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답니다.


즉, 무언가를 읽는 행위를 통해 그 의미를 추측하고, 

유익한 내용이라면 누군가에게 추천도 하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필요에 따라 적절히 충고도 해주는 걸로 풀어볼 수 있겠지요.


읽는 행위는 책에만 국한될까요? 

우리는 책을 통해서 활자만 읽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읽지요. 

음악도 읽을 수 있어요. 

선율 속에 배경을 그리고, 가사 속에 작사가의 주장을 읽으니까요

그뿐인가요. 독서라는 간접경험으로 지식은 물론 지혜도 얻으니 이건 또 얼마나 좋게요.


여름휴가철이면 스페인에선 으레 책 한 권 정도는 챙겨가요.

이미 상당수는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e-book으로 읽는 걸 심심찮게 봅니다.


코로나 때문에 휴가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 어디론가 힐링할 곳을 찾아 떠날 텐데,

책 한 권 폼나게 챙겨 들고 읽는 건 어떨까요. 


오, 요즘엔 브런치북도 좋아요. 

작가님의 정성이 담긴 개성 넘치는 작품, 완전 좋죠.

장소는 동네 까페도 좋고, 자취방이라도 상관없어요. 

읽는 건 sexy 하니까요. 여러분은 충분히 매력적이니까요. 


-끝-



휴대폰에선 제목 배경이 다 보이는데, 노트북에선 잘리길래 전체 사진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와 당신의 돈 키호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