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워리 Don't worry
브런치 알림 - ㅇㅇ 작가님의 브런치 북
브런치 알림 - ㅁㅁ 작가님의 브런치 북
브런치 알림 - ...
한국보다 7시간 느렸던 (오늘부터는 서머타임 해제로 8시간 차이가 납니다) 스페인에서 브런치 앱 알림이 그야말로 쉼 없이 올라옵니다. 다른 소셜 미디어 앱과는 달리 브런치 앱의 신규 알림 최대치 숫자는 9인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대략 훑어만 봐도 쉰 건도 넘는 알림이 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줄줄이 연이은 글발행으로 탄생한 <브런치북>으로 말이죠.
우와, 내가 아는 작가님들은 거의 다 지원하시는구나. 난 대체 뭘 한 걸까?
나이가 들수록 그냥 멍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처럼 후회스러운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어떻게든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일주일이나 늘어난 응모기간도 본디 게으른 저에게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매일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아등바등 살아가고만 있을 뿐인데.
그럼에도 어설픈 도둑놈 심보는 버릴 수 없는 일인지라, 혹시 그 10월 30일까지라는 게 꼭 한국 기준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응모 버튼]을 눌러보니 팝업창이 뜹니다.
응모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 사실 전달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thanks
수상작 발표를 기대해 주세요! --> please
어제 팀라이트에서 준비한 프로젝트 당.강.런. <당신의 강의를 런칭해 드립니다>의 오성욱 작가님이 소개한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대화>에서 말한 그대로, 감사와 부탁의 언어로 나와 있는 걸 보는 순간, 맥이 '탁'하고 풀렸습니다. (한국에서 10월 30일 마감시간 앞두고 열심히 쓰고 발행했을 작가님들에겐 죄송합니다. 그저 철없는 어른이의 행동으로 봐주세요.)
처음 한 십여 분간은 제가 한심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습니다. 맞은편에서 열심히 스트레칭 중인 아내가 걱정이 되어 물어볼 정도로요.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간 건 잊어버리고 글 쓰며 그저 좋아하는 저를 보니, 한편으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스스로 몇 번이고 '어휴'를 연발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래, 한 번 놓친 게 뭐 대수니, 길게 보고 가면 되잖아.' 하며 넉살 좋게 넘어갑니다.
혹시 작가님들 중에서 저처럼 응모기간을 놓친 분들 계신가요? 자의든 타의든, 뭐가 되었든 간에.
우리 인생은 짧으면서도 깁니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는 로또가 아니잖아요.
'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코 운으로 승부수를 띄울 일이 아니죠.
우리에겐 일상이라는 '글감'이 있고,
그것으로 작가님만의 문장으로 빚어내는 '글'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의미를 확장할 '글벗'이 있으니까요.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하신 작가님들에게는 당선의 응원을,
혹여 못하신 작가님들에게는 이후로도 화수분처럼 옹달샘처럼 꾸준히 이어갈 글쓰기에 더 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