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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Feb 08. 2021

브런치 2개월

일상을 쟁기질 하는 즐거움

주위분의 권유로 브런치를 시작한지 2개월차가 되었다. 처음에 작가 선정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

그 기분은 나를 대놓고 속물로 만들 정도였다. 인스타와 페북에 떠벌리고 다니는 푼수짓도 서슴지 않았다.


목표도 나름 있었다. 글쓸 소재도 많았다. 그동안 연재했던 여행 칼럼글도 있었고, 나름 유튜브나 인스타에 올렸던 글이며 음악을 다시 엮어가며 나만의 글창고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불타는 열정은 이미 여러 책을 출간한 실제 작가부터 시작해 브런치의 수많은 구독자를 둔 브런치 고수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며 급격히 얼어갔다. 성실함 하나로 버텨온 한량이니 신경쓰지 말고 나만의 길을 묵묵히 가보자 했지만, 역시나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의구심은 떨치기 힘들었다.


이걸 남과 같이 읽으며 공감대를 사는 문장이라 할 수 있는건지, 철부지 십대가 끄적거리다만 일기인지 모를 졸작이 속출했다. 쓰면서도 허덕 거렸지만 읽어보니 민폐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브런치가 노트북 속 화면이라 쓰다 지우다를 맘껏 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 작가폼 낸답시고 원고지에 끄적거렸다간 아까운 재활용 폐지만 수북이 쌓일 뻔 했다.


그래서 첫소개를 시작으로 한 달이 되도록 제대로 글을 쓴게 없었다. 그렇지만 꾸역꾸역 써 갔다. 겨우내 얼은 밭을 소로 쟁기질 하는 모습이었다. 움츠러든 삶의 밭을 타이핑질 하며 깨는 작업.


시간이 약이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일군 밭에 시간이 흐르자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비교의식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힘을 얻었다.


더불어 다른 작가들의 좋은 글을 보면 정말 좋다며 마음에서 박수도 치고 같이 응원하며 그들의 문체를 한번 응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것도 힘든 것도 일상의 당연한 일부가 되어 자연스러워지니 다 좋았다.


지금도 소소한 일상을 돋보기 보듯 한다. 더불어 여러 감정의 씨앗을 쟁기질한 밭에 뿌리는 중이다. 이젠 거름도 줘야겠다. 냄새 나지만 흙에는 더없이 좋은 양분이 될 내 삶의 온갖 달고 쓰고 시었던 경험을 잘 익혀서, 넘침과 모자름 속에 갈팡질팡 하더라도, 고르게 퍼야겠다.


아직 밖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브런치의 글쓰기 덕에 나는 이미 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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