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파는 냅다 소스를 부어버리는 이의 인성을 의심하는가 하면, 부먹파는 원래 진짜 탕수육은 이렇게 즐기는 거라며 상대방을 맛알못 취급한다. 재밌는 건 나라마다 이렇게 취향이 극도로 갈리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 꼭 하나씩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서로 취향을 주장하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자주 먹는 음식이어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감자 오믈렛이다.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Tortilla de patatas)라고 불리는 스페인식 감자 오믈렛은 얇게 썬 감자를 올리브 오일에 익힌 다음 계란을 푼 것과 섞어서 팬에 지져내는 음식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 음식은 스페인 사람이라면 99.9%는 먹어 보았거나 자주 먹는 대표 요리 중 하나이다. 조리 과정이 간단한 만큼 테크닉에 따른 미묘한 손맛 차이가 큰 음식이라 매년 챔피언을 가르는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음식에는 무려 두 가지나 사람들의 취향을 갈라서게 하는 요소가 숨어져 있다.
순수 감자파 VS 양파도 섞어파
첫 번째는 이 요리의 재료로 계란과 감자만 넣느냐, 양파도 넣느냐의 문제다. 감자만 넣어 먹는 사람은 양파가 들어간 건 쳐다도 안 보고, 양파를 섞는 사람은 감자만 들어간 건 취급도 안 해주기 때문이 이건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 조리법에 있어 매우, 대단히, 심각하게 중요한 문제이다.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 위쪽이 양파가 들어간 제품(Con cebolla), 아래쪽이 감자만 있는 제품(Sin cebolla)이다 (출처: google검색)
매우 흔한 음식이니만큼 냉장 조리식품으로도 만들어져 여러 브랜드에서 많이 판매하는데, 대부분 브랜드에서 순수 감자 버전과 양파를 섞은 버전을 나누어 출시할 정도이다. 양파파인 가족은 한 번은 실수로 감자만 들어간 버전을 산 뒤 집에 와서야 그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한 적도 있다.
으악! 감자만 들어간 걸로 사 왔어!
이게 얼마나 중대한 문제냐면 마드리드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인 데다가 얼마 전 세계셰프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한 스페인 셰프 다비드 무뇨스가 출연한 토크쇼에서진행자의 마지막 질문도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에 양파 넣나요, 안 넣나요?"였다.
그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대답은 "양파는 안 넣는 게 진리!"였다.
신선한 계란과 잘 익혀진 감자만 있다면 양파의 맛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아마 이게 방송되면 항의 전화 좀 받겠다"라고 걱정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의 걱정대로 토크쇼 내용이 기사에 뜨자 '저 셰프라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양파파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계란 반숙파VS계란 완전 익혀파
양파 논란과 더불어 또 다른 논란이 되는 건 이 감자 오믈렛의 속을 완전히 익혀서 포실포실하게 먹을 것인가, 속의 계란물을 반숙 상태로 두어 크리미하게 먹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완전히 익혀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덜 익은 계란물이 비위 상한다고 표현하고, 반숙으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포실포실하게 먹는 사람들을 촌스러운 사람으로 무시하기 일쑤다. 반숙으로 먹기 위해선 우선 계란이 신선하고 좋은 것이어야 하며, 뒤집는 테크닉에 있어서도 반숙 상태는 더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같은 오믈렛이어도 좀 더 고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쪽으로 가면 대구살을 넣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쵸리소를 넣기도 하며, 어떤 곳은 다 만들어진 오믈렛의 반을 갈라 그 사이에 치즈와 햄 같은 걸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기도 한다. 또 이렇게 튜닝(?)한 걸 싫어하는 사람은 이건 진짜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가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오믈렛 취향을 이야기했다가는 장황한 잔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게 외국인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취향을 진리인양 이야기해주려는 스페인 사람들의 '네가 뭘 모르나 본데' 공격을 받게 될지 모른다.
혹시 마드리드에 오실 일이 있으실지도 모르는 독자님들을 위해 마드리드의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 맛집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반숙 스타일의 곳입니다^^) 스페인 TOP3에도 선정된 곳으로 '다니의 집'이라는 이름의 식당이구요, 명품 쇼핑거리(Serrano) 인근에 위치한 마켓 안에 입점해 있습니다. 절대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정신없는 분위기에서 다니가 만들어주는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구글에 보면 4.4천 개가 넘는 리뷰가 알려주는 로컬 찐맛집이니 한번 가보시는 것도! 까사 다니(Casa Dani) 구글 정보 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