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페인에 살며 '위아 더 월드'를 실감할 때가 있다. 관용적인 언어 표현, 전래동화, 전통놀이 등에서 비슷한 걸 발견할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유사성은 여러 나라들이 교류하며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역시 인간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결국 같은 발상을 하는 것일까. 복잡한 기원은 인류학자의 몫으로 두고 그래서 스페인과 한국의 비슷한 놀이와 표현이 뭔지 이야기하려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영향으로 한국의 전통놀이나 간식도 같이 전 세계의 주목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덕분에 스페인에서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 스페인판 자막에서는 이 놀이의 제목을 영어 번역본처럼 'luz roja, luz verde(빨간불, 초록불)'이라고 주로 표현하나, 중간중간 이 놀이의 스페인식 이름인 'escondite ingles(영국식 숨바꼭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놀이의 규칙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 대신 '하나 둘 셋, 영국식 숨바꼭질!'이라고 외치는 걸 제외하면 한국과 같다.
한국어로 번역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스페인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쓰자면 '우노 도스 뜨레스 에스꼰디떼 잉글레스!'로 라임이 맞춰져 리듬감이 생기는 문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건 스페인의 모든 지역에서 이 놀이를 '영국식 숨바꼭질'이라고 부르진 않는다는 점이다. 바야돌리드라는 도시에서는 이 놀이를 '영국식 신발'이라 부르기도 하고 알람브라 궁전으로 알려진 그라나다에서는 '영국식 초콜릿'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손바닥을 뒤집어 편 가르기 룰 할 때 수도권에선 '데덴찌'라고 했던 반면 어떤 곳에선 '엎어라 뒤퍼라'를 비롯해 여러 생소한 문장을 읊었던 것과 비슷하다.
마드리드 카페에서 만난 지구본 (C)2021. 이루나 all rights reserved
언어 표현 역시 한국과 스페인이 놀라울만치 비슷한 관용구가 많다. 아마 다른 언어들에서도 분명 비슷한 표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예 흡사한 표현 중 하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이다. 스페인어에서도 거의 직역에 가까운 표현으로 'por un oído entra y por otro sale'라고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한 귀로 들어가 다른 귀로 나간다'라는 뜻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뜻으로 쓸 수 있는 스페인어 표현도 재밌다. 'matar moscas a cañonazos'라고 하는데 번역하자면 '파리 죽이려고 대포 쏜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두 나라가 비슷한 놀이를 하고 비슷한 표현을 한다는 게 괜히 반갑고 신기하다. 다 달라 보여도 결국 한 지구 안 사람들, 위아 더 월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