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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무지개 Apr 06. 2016

트러플(truffle), 넌 누구니?

한 번쯤 맛보고 싶은 이 녀석에 대한 소개

트러플(truffle)이란? 


요즘 TV를 통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트러플이란 음식 재료가 생소하게 시청자의 호기심을 키우고 있다. 모 유명 연예인의 냉장고를 털어보면 심심찮게 발견되는 이 녀석들은 도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까? 

일단은 희귀한 음식 재료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세계 3대 진미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이렇게 못 생긴 검은 돌덩이 같은 녀석들이 고가의 음식 재료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무려 세 번이나 놀란다. 서민들은 유명 백화점에서 생 트러플을 볼 기회가 있지만, 차마 한 끼를 위해 몇십 만원이나 되는 이 녀석을 선뜻 사지는 않는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생소하지만 호기심 때문에 한 번은 맛보고 싶은 이 녀석, 그 녀석을 해부해 보고자 한다.


트러플(truffle)이란? 


트러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버섯이다. 보통 우리는 송로버섯이라고 부르는데 트러플의 어원은 투버(Tuber)라는 라틴어에서 왔다. 뜻은 덩이줄기, 부딪혀서 생긴 혹, 결절, 종기, 종장, 암, 꼽추, 곱사등, 버섯의 일종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 라틴어 '투버(Tuber)'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단어로 정착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트러플(truffle)은 영어이며, 트뤼프(truffe)는 프랑스어이다. 그밖에 스페인에서는 트루파(trufa), 토포나(tofona), 이탈리아에서는 타르투포(tartufo) 등으로 쓰이고 있다. 


라틴어가 암시하는 것처럼 트러플은 땅속에서 종기처럼 자라나 진한 향을 내뿜는 버섯이다. 버섯이 자라는 떡갈나무, 참나무, 개암나무, 너도밤나무 근처에는 심지어 풀이 자라지 못할 정도의 화학 물질을 뿜어내 대충 눈으로도 이 근방에 트러플이 자라는지, 자라지 않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자라는 위치를 한 번에 파악할 수는 없다. 인간의 후각으로 땅속에 있는 트러플을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잘 훈련된 암퇘지나 개로 트러플을 찾으러 나선다. 생긴 모양은 대체로 땅속에서 나오는 감자와 흡사하다. 물론, 종류에 따라 어떤 것은 검은색으로, 어떤 것은 갈색 정도의 차이가 있다. 


잘 훈련된 개와 소통하며 찾아내는 트러플


아직 한국에서는 이 트러플 용어에 관한 정착이 이루어지지 않아 글쓴이는 고심하다 대중의 '트러플' 사용 빈도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표시한 '트뤼프'라는 단어보다 많아 이 '트러플'이라는 용어로 선택했다.  


왜 용어를 꼭 알아야 하는가? 중요한 트러플의 실체가 용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트러플 종류에 따른 학명(學名)에 따라 그 실체가 달라진다. 트러플도 한 종류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의 트러플이 있어 다 같이 못 생긴 녀석들이라도 학명에 따라 그 품질의 격이 최상에서 최하로 나누어진다. 


트러플 향기도 맡아보지 않은 사람이
똑같이 못생긴 녀석들을 내미는 손 앞에서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명이라도 알면
저 녀석들의 품격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


트러플의 학명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화이트 트러플(white truffle), 이 녀석은 세계인들이 거의 신적인 존재로 열광하는 녀석이다. 보통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자연산 버섯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경매 시장에서 억대를 넘나드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향기도 독특하고, 그 희귀성 때문에 값도 상당하다. 인공재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석 취급한다. 이 녀석의 학명은 투버 마그나툼(Tuber magnatum)이다. 마그나툼(magnatum)은 고관, 부호, 거물 등을 뜻하는 라틴어인데, 어쩐지 고귀한 버섯이라는 뜻이 담겨,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닌가 싶다.

다른 이름으로는 알바산 트러플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의 알바 지방에서 이 화이트 트러플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버섯은 향으로 치자면 둘째 가는 것을  서러워할 블랙 트러플(black truffle)이다. 블랙 트러플은 유럽에서 가장 대중화된 버섯인 동시에 가장 인공재배가 용이한 버섯이다. 물론, 희귀성으로 화이트 트러플이 인공 재배가 어려워 가격 면으로는 앞서기는 하지만, 향으로 어떤 녀석이 우위인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여기서는 사람 취향에 따라 향의 등급도 바뀔 수 있으니, 비싸게 팔린다고 최고라는 편견은 버리도록 하자. 두 트러플은 향이 각각 독특하기에 어떤 것이 더 질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의 몫임을 밝힌다. 


블랙 트러플은 검다는 뜻이 이미 들어간 투버 멜라노스포룸(Tuber melanosporum)이라는 학명을 쓴다. 앞으로  다룰 대부분 글에서는 이 투버 멜라노스포룸에 기초하여 글을 작성하기로 한다. 인공재배가 가능하여 그 재배 과정이 한 눈에 보이고,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접하기 쉬운 트러플이기 때문이다. 


위의 트러플은 겨울에 나는 대표적인 트러플이다. 그래서 시즌만 되면 황금을 노리듯 가격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요동치며 구입객을 매혹하고 있다. 그런데 여름에 나는 트러플도 있다. 여름 화이트 트러플이라는 제2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버섯은 투버 에에스티붐(Tuber aestivum)이다. 라틴어 아에스티붐(aestivum)은 '여름'이라는 뜻인데, 뜻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있어 여름에 난다는 정설을 표현했다고 본다. 이 트러플은 투버 멜라노스포룸이 나는  겨울나무들이 여름이 되어 생산하는 다른 류의 버섯이다. 같은 종류라 하기에는 향이 완전히 다르고, 자르면 그 결도 달라,  같은 나무에 나지만 계절에 따라 그 학명도 완전히 달라지는 '다른' 버섯이 되고 만다. 


이 여름 트러플은 향이 그렇게 진하지 않아 많은 양을 음식에 첨가해 먹을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트러플을 배불리 먹는다?'는 말은 전혀 성립되지 않지만, '트러플을 많이 갈아 많이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성립될 수 있는 여름 트러플이다. 


그 밖에도 투버 브루말레(Tuber brumale)도 있다. 브루말레(brumale)는 겨울을 뜻하는 라틴어로 겨울에 나는데 특이한 것은 이 트러플은 투버 멜라노스포룸이 자라는 곳에서 같이 나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두 버섯은 시가에서도 굉장한 차이가 난다. 보통의 투버 멜라노스포룸이 1킬로에 1,000유로라면 이 투버 브루말레는 60유로에 팔리는 저가의 트러플이다.  


똑같이 생긴 두 트러플은 완전히 다르다.  (좌) 투버 멜라노스포룸 (우) 투버 브루말레


자, 여기서 멘탈 붕괴에 빠질 수가 있다. 모양새가 똑같은 두 트러플이 어떻게 등급이 갈리는가?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 두 트러플이 이렇게 똑같은 모양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역시나 향으로 이 두 트러플을 가를 수 있다. 투버 멜라노스포룸은 특유의 독특한 향을 풍기는 반면, 투버 브루말레는 어쩐지 모르게 콕 쏘는 매운 무 냄새가 나는 버섯이다. 


중국 외 아시아 지방에서 나는 트러플도 있다. 한국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본 중국산 트러플은 위에서 묘사한 유럽의 트러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여 호기심 이는 이들이 구입하는데, 심지어 유럽인들도 중국산을 수입한 경우도 있다! 이런 트러플은 학명이 아시아답다. 투버 히말리얀세스(Tuber himalyanses), 투버 세우도히말리얀세스(Tuber pseudo-himalyanses), 투버 인디쿰(Tuber indicum)등이 있다. 


이제 학명에 따라 트러플의 기본을 어느 정도 익혔다. 참고로 호주, 뉴질랜드, 미국, 칠레 등지에서도 인공적 노력으로 트러플 생산이 가능하며 다른 종류의, 다른 특성을 내는 트러플이 있음을 여기서 알리는 바다. 


투버 멜라노스포룸(Tuber melanosporum)


유럽을 기준으로 생산량을 본다면 프랑스가 43%, 그 뒤로 스페인이 38% 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유럽 국경이 자유화되어 프랑스 중간업자가 스페인에서 직수입해 프랑스산이라 둔갑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지만 말이다.  스페인 내에서도 테루엘과 카스테욘의 마에스트라즈고 지방이 주 생산지 분포를 보인다. 검은 송로버섯에 한해서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세계의 주요 생산지가 되며 소비국은 영어권 국가들과 프랑스, 이태리 등의 국가다. 최근엔 일본과 홍콩을 비롯하여 아시아 국가에서도 소비율이 급증하면서 원활한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점차적으로 미식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유통이 간혹 보인다. 주로 마른 트러플과 냉동 트러플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중국산은 엄밀한 투버 멜라노스포룸(Tuber melanosporum)이 아니라, 투버 인디쿰(Tuber indicum)이다. 중국에서는 이 흑다이아몬드(Tuber melanosporum)가 나지 않고, 이 투버 인디쿰의 (15에서 20배나) 싼 가격을 이용하여 시장에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유통이 짧고 보관하는 과정이 어려워 이 트러플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유럽에서 나는 미식가의 트러플은 큰 경매시장에서 억대를 오가며 팔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맛보고 싶은 음식 재료로 우리의 밥상에는 여전히 멀다. 그러나 미래의 유통 구조가 더 확고해지고 빨라진다면? 게다가 인공 재배가 가능해진 이 시점에서 트러플 생산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아마 미래의 식탁에 자주 등장할 향신료가 아닐까, 조심히 점쳐 보며 생각 외로 재미있는 신화를 간직한 트러플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전개하고자 한다. 


* 이곳에 개재된 모든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글쓴이 허락없이 무단 도용하거나 불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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