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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무지개 Jan 12. 2019

나는 달걀 프라이에 트러플 올려 먹는다!

요리 속 에피소드 1. 트러플(Truffle)과 궁합 좋은 달걀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터를 이루어 정착하기 전까지 나는 솔직히 트러플(truffle, 서양 송로버섯)에 대해 막연히 알고만 있었다. 보통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트러플은 초콜릿 트러플이지 않은가. 트러플 모양과 그 감촉이 비슷하여 아마도 트러플 초콜릿을 생산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실제로 트러플을 갈아 넣어 만든 초콜릿 트러플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흔한 트러플 초콜릿은 진짜 트러플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트러플에 대한 문외한이자, 관심 밖이었던 나에게 스페인 고산에서의 삶은 진짜 트러플을 만날 기회를 주었다! 

트러플 모양의 초콜릿 제품
자연에서 얹은 진짜 트러플 

자연이 좋아 정착한 스페인 시골에서 그 귀한 '세계 3대 진미'라는 트러플을 만날 줄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게다가 유럽의 품질 좋은 투버 멜라니스포룸(Tuber melanisporum)이 이곳에서 생산된다니 인터넷으로 검색한 후에야 나는 심한 감탄사를 내뱉고야 말았다. (문외한이었던지라 인터넷 검색 전까지는 그 진가를 사실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비싸다는 트러플을 손에 쥐고 나서 생각지도 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해 먹어야 맛있게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런 궁금증 앞에서 문제 해결을 도와준 사람은 역시나 트러플에 식견이 있는 현지인이었다. 트러플 전문가인 현지인의 조언에 따르면 트러플은 달걀과 가장 궁합이 좋다고 한다. 

"오!!! 왜 달걀과 궁합이 좋아요?"

현지인에게 자연스럽게 날아온 대답은 달걀이 향을 흡수하고 그 맛을 음미하기에는 가장 좋다고 한다. 실제로 달걀과 트러플을 같은 곳에 봉하여 5일 정도 냉장고에 둔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현지인의 말은 옳았다. 달걀에 트러플 향이 배어 놀라웠다! 트러플은 달걀 껍데기와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천이나 키친타월로 감싸 봉해야 한다. 달걀 껍데기에 붙어있을 수도 있는 살모넬라균이 닿지 않도록 말이다. 

트러플 맛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본연의 향과 맛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달걀과 함께 먹으라는 조언 앞에서 생각해 봤다. 아마도 그것은 커피 맛 모르는 사람에게 우유를 타서 먹으라는 말과 비슷하지 않을까? 쓴 커피를 중화하여 부드럽게 마시다 보면, 커피를 친근하게 만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또한, 현지 전문가는 트러플 향을 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기름과 함께 먹으라고 했다! 기름?!

 

그래서 현지에서는 트러플 기름을 만들어 먹고, 빵에 올리브기름을 두르고 그 위에 그냥 쓱싹 트러플을 갈아먹기도 한다. 또한, 생크림을 적용한 소스에도 트러플을 갈아 넣으니 그 원리가 어쩐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사실, 향을 잡는 에센스는 결국 기름이 아닌가! 오일 향수만 봐도 그렇다. 들깨나 참깨의 기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도 주인공 그르누이가 아름다운 여성의 향기를 훔치기 위해 포마드(pomade)를 사용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트러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트러플이 어떤 맛이냐고 묻곤 한다. 사실, 해줄 수 있는 맛의 묘사는 땅, 바람, 숲, 대지, 비, 바다...... 그 모든 것이 적절히 녹은 맛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무척 신비한 향이라 너무 많이 먹을 수도 없어 그냥 훅 하고 지나가 버리는 향수와도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그 진가를 알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달걀과 함께 시작하라고......

어떤 이는 되물을 수도 있다, "고작 값싼 달걀 프라이?!"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세상은 값비싼 물건끼리만 존재할 수 없는 법칙이 있지 않은가? 어설픈 비싼 요리 재료로 충돌하지 말고, 적당한 재료로 그 깊은 맛을 느끼면 그만이다. 



음식 에피소드 이제 시작합니다. 다음 화부터는 요리에 곁들인 트러플 이야기 나갑니다. 다양한 트러플 레시피와 소소한 에세이를 접목한 에피소드입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산들무지개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하늘 산책길 그곳에서 꿈을 꾸다유튜브 채널을 방문하셔서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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