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살면서 만들어진 내가 예외를 만들어 낼 때
1. 사랑 = 내가 정해놓은 기준, 규칙을 자의로 기꺼이 깰 수 있는 것
2. 손절 = 내가 정해놓은 기준, 규칙을 타인이 깨려고 하는 것 혹은 나의 기준을 무시하는 것
이전 글을 쓴 이후 사랑하는 것과 이별하는 것의 기준을 여러 번 생각해보았다. 오래 고민해 본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이 도출되었다. 내 생각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것의 기준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내가 나 답지 않은 행동을 기꺼이 할 수 있는가의 여부인 것 같다.
1. 나는 운동을 정말 좋아한다.
내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떠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운동에서 얻는 위로가 매우 크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운동을 꼭 가곤 하는데, 움직이는 그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하나도 안 든다. 그리고 땀을 쫙 빼고 집에 가는 길에는 후련하고 개운한 마음이 들면서 '오늘 굳이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면서 머리 아플 필요가 있었던 거였나'하고 갑자기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하곤 한다.
언제 한 번 남자 친구가 나보고 "넌 나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맞다. ㅋㅋㅋ지금도 옆에서 나중에 내 글 몰래 볼 거라고 하는데 보고 삐지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친구를 만나려고 운동을 계획해둔 날에 예약 취소도 한 적이 있다. 보통 나는 운동을 가는 요일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내 수준에 맞는 수업,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들을 고려해서 수업을 예약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한 번 취소하면 기회비용이 크다.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듣기까지 한 주를 기다려야 하고, 나에게 주어진 수업 횟수를 포기해야 하고, 그날의 개운함 및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큰 잃음이다. 사실 만나는 약속을 운동 가는 날에 절대 잡지 않는데, 이제껏 만나며 내가 정해놓은 기준을 스스로 어겼던 적이 여러 번 있던 것 같다.
2. 내 시간과 계획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엇을 하든 계획을 짠다. 심지어 나는 쉬는 날에도 어떻게 쉴 건지 계획을 짠다. 그래야 마음이 안정적이고 편하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은, 즉흥적인 것을 싫어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너무 흑백논리인가) 근데 난 정말 즉흥으로 무얼 하는 것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운동을 가거나 나 혼자 쉬려고 하는데 오늘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거, 원래 가려고 마음먹었던 식당이 있는데 갑자기 다른 곳을 가자고 하는 것 등.
언제 한 번 친구가 퇴근길에 본인이 힘든 일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나랑 술을 먹어줄 수 있겠냐고 했다. 재밌는 건 그 사람이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경우엔 흔쾌히 허락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을 땐 카톡 안읽씹을 하고 다음 날에 보았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전자의 경우 내가 정말 사랑? 우정? 하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한테까지 연락했을까 하고 위로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진짜 피치 못하게 친구를 볼 여건이 안 되었을 경우엔, 정말 미안한데 내가 오늘은 여건이 안 된다며 내일 시간 가능하니 내일 당장 보자며 급 약속을 잡기도 했다.
3. 나의 방식을 무시하는 사람과는 한 번에 손절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인스타에서 힘이 되는 글귀를 보면 따로 캡처를 하거나 보관을 한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서점에 가서 감성 에세이를 찾아보거나, 경제 도서를 보며 자극을 얻고 동기 부여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새로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재밌고,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은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과정을 보는 것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내가 브런치 활동을 하는 이유도 글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그동안 글에서 격려와 위로를 얻었던 만큼, 지금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글로 하여금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대학 때 친구가 내가 표현한 글에 무안함을 준 적이 있다. 그 당시 내가 아마 힘든 일을 겪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내가 쓴 글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놀림을 주는 행위가 너무 싫었다. 그 지인은 이미 4-5년 정도를 알고 지낸 친구였고, 나와 생각하는 방식이 정말 잘 맞아 평생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더욱 충격이 컸다. 지금은 글이 나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때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때 친구의 말을 듣고는 내가 위로를 얻는 방식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정말 한 번에 정이 떨어졌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어떤 사람은 나한테 즉흥 약속을 많이 제안했는데 내가 거절하면 "너는 왜 그렇게 맨날 바쁘냐.", "왜 그렇게 우리랑 안 노냐." 하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 기준에선 '왜 나를 바꾸려고 하지?' 라며 나의 선을 넘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나를 이해하지 않을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들을 상대방이 무시할 때 나는 손절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힘들고 내키지 않는 데도 나를 바뀌게 할 때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친구든 연인이든 내가 내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연인의 경우 처음 만날 땐 설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런 마음이 없어질 수 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친구들을 처음 봤을 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호기심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엔 거리를 두고 싶을 때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긴가민가한 생각이 들 때,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나한테 중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결론이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