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이 직무에서 특별함이 되다, '히든그레이스'
누구나 나의 재능과 능력에 딱 맞는 일을 찾고자 한다. 어떤 이는 짧은 시간이 걸리지만,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과 기업이 있다. 바로 히든그레이스의 김성은 대표다.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운영사로 참가하고 있는 행복나래 X KAIST SE MBA SparkLabs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가 팀인 '히든그레이스'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히든그레이스의 김성은 대표입니다."
히든그레이스는 사회취약계층의 재능을 분석하여, 전문가로 양성하고 교육하는 데이터 분석 기반의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취약계층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계층에 비해 약하여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계층'을 뜻한다. 이들은 대부분 낮은 급여를 받고, 단순노동을 하고, 공평하지 않은 기회와 교육 조건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취약계층의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도, 특히 '고용(노동)' 문제에 집중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2007년에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비교적 일찍 알게 된 셈이죠. 제가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 중에서 사회적 기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뉴욕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우연히 홈리스, 성소수자, 성매매 여성들과 가까워질 일이 많아졌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 대표는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당당히 경쟁함으로써 자립할 수 있고, 취약계층도 어느 곳에서나 눈독 들이는 '전문가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확한 근거 자료를 도출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해외에는 장애 유형이나, 열악한 환경이 단점이 아닌 강점이 되는 사례들이 있어요. 디스커버링 핸즈라는 기업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촉각이 민감하다는 재능을 이용해서 여성들의 유방암을 진단해요.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스페셜리스트 같은 사례도 있고요. 이렇게 취약계층의 재능을 살려서 직무 형태로 전환시키면 국내에서도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해서 시작했습니다."
'모든 이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는 의미가 숨겨져있는 히든그레이스는 2013년 설립되어 올해로 9년 차가 된 기업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랫동안 회사와 함께 하는 직원들도 늘었다. 김 대표가 상상했던 것처럼, 저마다 숨겨진 가능성이 빛을 발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우영희 씨는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평생 공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후 세무와 행정을 맡고 있는 김경수 씨는 회계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와 식견으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외 지체 장애인이나 뇌병변 장애인들은 거동이 불편한 대신, 머리로 생각하고 숫자를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가나 AI 라벨러, 상담가로 교육시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렇게 각자가 맡은 부분에서 자신들의 재능으로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이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죠.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회사 클라우드로 공유한 내부 강의 자료를 인턴 기간 동안 충분히 교육하고, '왜 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터놓고 이야기합니다. 실무 습득 기간은 충분히 두되 손해가 나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업무에 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간혹 히든그레이스는 '논문 통계 회사'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겉으로는 연구 가설을 검증하고 설계하는 논문 통계 사업모델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 대표는 기관 분석 보고서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이터 분석 사업 모델에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관련 전문가로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지를 9년 동안 실행해왔다.
"설립 초기부터 꿈꿔왔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카이스트 SE MBA에 입학했어요. 그리고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통해 새로운 법인, 라잇(LRIGHT)을 설립하게 되었죠. 이 사업을 통해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IT와 AI, 데이터 분석 및 클라우드 전문가로 많은 기업에서 일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장애나 환경이 재능(light)이 되어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들을 많은 기업들이 찾고 온전하게 일하면서 경제적인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취약계층 인재 검색 관리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법인 라잇의 최종 꿈입니다."
히든그레이스의 김성은 대표가 새롭게 '라잇'을 설립을 준비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꼽은 것은 바로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스파크랩은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임과 동시에 벤처캐피탈이다.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팅은 '공동 대표'들이 직접 참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스파크랩의 김유진 대표는 스파크랩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총괄을 맡아 각 팀과의 접점을 만들고,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수 백개의 기업 가운데 10~15개 기업을 선별해 내는데, 이 기업들 가운데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이 상당하다. 여기에는 원티트랩, 미미박스, 엔씽 등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도 포함되어 있어 남다른 선구안을 가진 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김호민 대표는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2020 아시아 혁신경제인 100인'에 선정되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김호민 대표는 넥슨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Nexonova의 대표를 맡아 활동하였으며, 이후 CCTV 솔루션 개발사 이노티브의 최고경영자, 시스코에서 투자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회사 N3N의 공동창업자를 역임했다.
현재 김호민 대표는 풍부한 창업 및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특히 1:1 Office Hour라는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히든그레이스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에 대해 집중적인 피드백을 돕고 있다.
"스파크랩 김호민 대표님을 비롯한 많은 멘토님들의 조언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를 파악하여 수행하는 역량이 생긴 것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히든그레이스를 운영하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민하고 실험했던 부분들이 '라잇'을 통해 실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 AI와 IT에 강점이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더 많이 알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근 '백신사전예약시스템'을 클라우드에 구축하며 화제가 되었던 베스핀글로벌의 창업자인 이한주 대표도 스파크랩의 공동대표로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이전, 구축, 운영 및 관리, 데브옵스, 빅데이터 등 종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이다. 이제 공공부문도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는 때가 됐다지만, 이한주 대표는 일찍이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깨달은 연쇄창업가이다.
이한주 대표 역시 히든그레이스와 같이 IT기반 스타트업의 사업화 멘토링을 통해 사업 성장에 필요한 사업화 영역을 직접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이처럼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전해 듣는 현장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실제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들이 히든그레이스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히든그레이스의 사회적 목표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그들을 세상에 보낸 이유를 탐구하고 교육과 직업을 통해 사회에 증명하는 것이다. 김성은 대표는 히든그레이스와 '라잇'을 통해 사회취약계층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회취약계층들이 회사 형태 안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고, 능력을 뽐내고
그들이 중심이 되는 날까지 히든그레이스는 꾸준히 달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