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가 만든 새로운 소비 트렌드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소비자.
'체리피커(Cherry picker)'.
마케팅 종사자라면 많이 들어봤을 용어인데요.
2023년에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의미를 지닌 '체리슈머(Cherry sumer)'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체리슈머란 조각, 반반, 공동 구매 등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가파르게 이어진 물가 상승, 경기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가 만든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필요한 만큼만 딱 맞춰 구매를 하거나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 구매를 하는 등 다양한 앱과 플랫폼 등을 적극 활용해 최적의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체리피커가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듯 혜택만 누리는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면 체리슈머는 남에게 크게 민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자원과 정보를 총동원해 알뜰하게 소비한다는 의미여서 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 체리슈머를 2023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한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체리슈머에 대해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돈이 있어도 아예 소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두쇠 소리를 들었지만 체리슈머들은 자신이 가진 돈으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향후 몇 년간 경기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체리슈머가 소비자 트렌드를 이끄는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체리슈머는 경기 불황을 지혜롭게 이겨내려는 나름의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트렌드는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알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에 경기가 개선된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체리슈머가 반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선을 달리 하면 체리슈머의 소비 패턴은 '꼼수'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어디까지가 체리슈머이고, 어디부터 체리피커 또는 블랙 컨슈머인지 딱 잘라 구분하기도 힘듭니다.
특히 OTT 업계의 경우 체리슈머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한 사용자가 전 세계 1억 가구에 달했습니다.
이런 계정 공유 사용자들 때문에 넷플릭스는 연간 60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고 이로 인해 최근 전체 직원의 4%인 450명을 해고하고, 영상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가격과 정보에 민감한 체리슈머가 늘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과 이윤 하락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SNS의 발달로 정보 공유 속도가 빨라지고,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격에 민감한',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날로 증가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때문에 체리슈머로 대표되는 '알뜰 소비 소비자'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충성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할인이나 퍼주기는 어렵겠지만 팬덤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죠.
체리슈머를 겨냥한 전략이 필요한 2023년.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