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을 위해 더 덜어내는, 일 잘하는 새로운 방법

쇼터 by 알렉스 수정 김 팽

by 반선

효율성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다. 산업화 시대엔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것이 곧 효율이라 여겨졌다.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고, 성과가 쌓이고, 조직이 성장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무언가 빠져 있다는 감각.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몸은 망가지고, 관계는 단절되고, 남는 건 피로감뿐이었다.


정보화, 자동화가 진행되며 ‘적절한 타이밍과 흐름’을 중시하는 새로운 접근이 나타났다. 우리는 모두 ‘잘’ 일하기 위해서, 조금 일하고도 좋은 효과를 내기 위하여, 일하는 시간을 더 꽉 채우고 목표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 왔다.


도요타의 JIT 방식처럼 재고를 줄이고 흐름을 관리하려는 시도, 이를 잘 보조하기 위한 ERP 시스템의 발전은 전체 구조를 통제하려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또한 많은 회사들이 KPI를 도입해 직원들의 성과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업무의 패턴에 갇힌 사람들에게 수치로 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로 목표를 세우는 방식만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지속적인 효율성의 도돌이표에 갇혀 가는 사회현상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소진됐다. 삶의 균형은 무너졌고, 일은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건강을 잃고, 가족과 멀어지고, 무기력한 채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됐다. 한국의 긴 노동시간은 사회적 문제가 되어갔고, '과로사’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평균 근무 시간이 OECD 평균보다 높고, 세계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긴 노동시간을 기록했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스트레스, 우울, 심지어 자살 위험 증가와도 연결되는데, 주당 45–52시간 노동 시 자살 위험이 최대 3.9배까지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과로는 고혈압, 당뇨, 스트로크 같은 신체적 건강 위기뿐 아니라, 한국 고유의 과로사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사회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


《쇼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단순히 덜 일하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회의와 방해 요소를 없애고, 업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 중요한 건 ‘일한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냈는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디자인적 사고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사용자 중심의 관찰, 실험, 피드백을 통해 업무를 재설계하면, 불필요한 회의와 비효율을 줄이고, 시간은 줄이면서 성과는 유지 — 또는 향상시킬 수 있다는 논지를 피력한다.


디자인적 사고로 업무를 재설계하라: 알렉스 수정 김 팽은 ‘Design Thinking’ 구조를 적용해 책의 내용을 정리한다: 문제 정의 → 사용자(노동자)의 필요 이해 → 아이디어 → 프로토타입 → 테스트 → 피드백 수렴까지 연결된 구조를 제시한다.
실험 중심 접근: 책은 여러 기업이 실제 4일제 또는 하루 단축근무 시범 운영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시행착오와 성공 요인을 생생하게 다룬다.
결과보다 성과 중심 문화로: 성과를 측정할 때 ‘일한 시간’이 아니라 ‘기여한 결과’를 기준으로 하면, 효율성과 삶의 질 모두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연구와 기업 사례를 통해 이 패턴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 글로벌 연구 및 기업 사례 >

국제 연구: 생산성과 웰빙의 동시 개선

Nature Human Behaviour 게재 국제 연구는 6개월간 141개 기업(미국, 영국, 캐나다 등) 직원 2,896명 대상 실험 결과, 업무 시간을 20% 단축하면서 급여는 유지해도 직무 만족도와 정신 건강이 향상되었고, 90% 이상의 기업이 이를 지속 도입했다.

기업 사례: 도입 효과와 문제 해소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Wildbit는 2017년부터 4일제 도입했으며 → 성과 유지 및 직원 만족도 상승을 이뤄냈다.

Microsoft Japan의 2019년 시험 운영 결과, 회의 시간 절감과 업무 효율화로 판매량 40% 상승, 전기 비용 23%가 감소했다.


< 한국 기업 사례 >

우아한형제들(Woowa Brothers)을 이끈 김봉진 대표는 디자인적 시각으로 시스템을 뒤흔들며, 한국에서도 ‘짧게 일하는 실험’을 시도했으며, 22년부터는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는 “패턴을 찾고 뒤집고 비틀어보는 걸 좋아한다”며 기존의 관습을 디자인적 사고로 재구성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은 아직 장시간 노동 중심이며, 문화적 저항과 협의 어려움 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들이 근무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짧은 근무시간 안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만드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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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또한 이를 시도하는 많은 기업들이 지금까지의 패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주어진 휴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지금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근무 패턴을 바꾸어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의 본보기도 필요하고, 회사적으로 프로세스도 도입해야 하며, 회사의 효율성을 유지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단계별 프로세스 적용

업무 프로세스 맵핑: 현행 업무 흐름을 시각화하고 불필요 요소 파악

시범 설계: 주 4일 또는 30~35시간 근무 시나리오 만들기

파일럿 테스트: 일부 부서 혹은 팀에서 시범 운영

피드백 반영: 설문 및 인터뷰로 문제점 모으고 조정

전사 확대: 성과가 있을 경우 전체 조직 도입 고려


핵심 전략

회의 최소화, 자동화 도구 활용, 비본질적 업무 제거

비동기 대응 체계 및 명확한 목표 설정 중심 문화 조성

성과 기반 평가 등 성과 중심 시스템 설계


우리는 더 이상 ‘많이’ 일하는 것이 성실함이라는 믿음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짧게 일한다는 건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인다는 뜻이 아니다. 조직의 작동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일하는 사람의 삶을 다시 고려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언은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에서 멀어진 사람들, 혹은 아직 사회에 진입하지 않은 이들에게 유효하다. 삶의 시간과 가치를 다시 설계하려는 모두를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에 사로잡혀 살았던 많은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회사에 나를 맞추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서로를 견제하며 의미 없이 보내던 시간들을 벗어내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의 일의 패턴을 새롭게 정립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쇼터'가 말하는 메시지를 되새겨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젊은 세대는 미래를 향해 두려워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빚어가는 방법을 발견하고, 나이가 들고, 일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일을 잃은 상실감과 무기력감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효율성을 찾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시간관리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효율을 시간 안에 가두는 게 아니라, 시간을 삶 안에서 되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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