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이 아름다운 세상의 시작점이 되길

레베카 by 대프니 듀 모리에

by 반선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는 1938년 출간된 이후 절판된 적이 없고, 영화와 뮤지컬로 수차례 각색되어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작품이지만 원작이 지닌 분위기와 섬세한 감정선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어젯밤 꿈에 맨덜리가 나왔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맨덜리를 아름답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규정한다. 주인공은 그간 많은 비밀이 있었음을, 그들이 추억하는 만델리라는 아름다운 저택은 이제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시간을 돌아가 과거 회상을 시작한다.


과거 회상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담담하고, 무뚝뚝하며, 잔잔하다. 아침을 같이 먹고, 드라이브를 가고, 느닷없는 프러포즈를 받을 때에도 딱히 사랑에 빠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다. 현대에 재해석된 뮤지컬이나 영화는 둘을 사랑에 빠진 커플로 확연히 그려내지만, 책에서는 40대 남성을 첫사랑에 빠진 소년과 같이 조심스럽고 어색하며, 약간은 서툰 감정을 섬세하게 나타낸다. 그래서인지 이름도 한번 언급되지 않는 주인공은 어쩌면 드 윈터 씨가 자신을 꼭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불쌍해서 거두었다고 착각하고 전 부인을 잊지 못한 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천천히 드러나는 비밀과 그로 인해 드디어 가까워지는 두 사람, 모든 비밀이 드러날지 말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게 되는 전개도 모두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둘의 감정 묘사를 천천히 따라가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만큼 많은 오해 속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결코 상대방의 내면 전체를 온전히 알 수 없기에, 때로는 그런 노력을 애써 하지 않기에 오해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쌓여간다. 쌓여가는 오해는 깊어지고, 상처 또한 깊어지지만, 때로는 오해를 풀려는 노력마저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지나가는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약간의 여유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가 더 부드러워지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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