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보내는 온기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by 수반캄 탐마봉사

by 반선

라오스계 캐나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1978년 태국 농카이에 있는 라오스 난민촌에서 태어났다. 그의 삶의 기원 자체가 이미 이동과 상실, 생존의 서사로 시작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단편집에 담긴 14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견뎌낸 이들의 삶을 비추어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난민촌에서 직접 겪었든, 혹은 주변에서 전해 들었든,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난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버텨내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의 문장은 부드럽고 따스한 결을 지니기보다는 거칠고 황야처럼 메마른 분위기를 띤다. 마치 조금만 스쳐도 상처가 날 것 같은 세계다. 그러나 바로 그 거침 속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감싸는 이상한 따뜻함이 피어난다. 절망의 바닥에서 서로를 붙들어주는 손길, 외로운 이를 향한 조용한 배려, 그리고 삶의 잔해 속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찾으려는 희망—이 모든 것이 그의 단편 속에서 작고 은은한 불빛처럼 흔들린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생각지 못한 곳으로 밀어낸다. 그곳이 난민촌이든, 마음의 빈 들판이든,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가 버려진 듯한 순간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황량한 땅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고, 이야기 속 작은 등불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무겁지만 무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이 아름다운 세상의 시작점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