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뮤지엄 by 정윤희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들르던 곳은 늘 문구점이었다. 그곳은 마치 전쟁을 앞둔 장수에게 무기를 고르는 공간이자 전쟁을 준비하는 의식을 행하는 것과도 같았다. 색깔별로 잘 나오는 펜을 고르고, 마지막엔 형광펜까지 세트로 챙기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든든해지고, 책을 펼치면 공부도 잘 되는 기분이 들었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펜 사랑은 이렇게도 유난하고 남다르다. 종이에 닿는 촉감, 잉크의 농도, 색의 깊이, 글씨가 흘러가는 느낌까지. 사소한 차이 하나에도 마음을 뺏기고 오래도록 애정을 쏟는 것은 분명 남다른 감성의 영역이다.
『문구 뮤지엄』은 바로 우리와 같은 문구인들의 마음을 알아듣고, 그 애정을 기록해 둔 책이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손에 익힌 만년필, 펜, 연필, 노트, 그 외의 다양한 아이디어 문구상품까지. 저자의 애정이 담긴 다양한 상품들, 각각의 문구에 깃든 경험과 의미를 들여다본다. 단순히 도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과 감각을 함께 수집해 놓은 작은 박물관 같다.
문구 박물관을 책으로 살펴보다가 다시 문구점으로 달려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다시 생겨난 설레는 마음과 나와 함께 집으로 향한 문구 생명체들은 결국 우리의 글로 이어져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