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는 법을 몰라서 써 내려가는 당신에게

글이 만든 세계 by 마틴 푸크너 | 쓰는 인간 by 롤런드 앨런

by 반선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글을 남겼다. 기원전의 사람들이 밀랍판과 점토를 눌러 문자를 남기던 순간부터, 파피루스와 푸길라레를 거쳐 종이에 이르기까지 글은 언제나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보존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었다. 마틴 푸크너의 『글이 만든 세계』에서는 가장 오래된 문서로 알려져 있는 성경, 알렉산드로스의 서사, 길가메시 신화, 겐지 이야기, 천일야화, 돈키호테, 그리고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거대한 기록 유산들이 후대에 소중한 자산으로 전해지며, 기록이 어떻게 세계를 만들어갔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어느 날 집어 든 한 책에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름 모를 저자는 많은 지망생들이 “내 글을 봐 달라”라고 찾아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조언을 하지 않는다며, “쓸 사람은 결국 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격려나 인정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사람이 결국 작가가 된다**는 말은 예술가의 고백처럼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쓰는 글은 이미 자신의 글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듬고 다듬어,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글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된다.


또 한 교수는 “모든 책은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지만, 모두 출판되지 못하는 이유는 남에게 읽힐 만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성급하게 세상에 보여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한 퇴고와 의심, 다시 쓰기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기록은 꼭 문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쓰는 인간』의 롤런드 앨런은 유명 예술가들의 그림과 낙서, 회계 장부까지 기록의 범주로 확장하며 인간이 남기는 모든 표식을 ‘쓰기’의 일부로 본다. 회계 용어에 유난히 종이와 기록이 많다는 통찰은 (cash book, book value, order book, balancing the books 등등) 결국 인간의 삶과 기록이 서로 떼어놓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쓰는 인간은 그렇게 자신을 가다듬어 가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게 모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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