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세계에 입성한 스파이가 기록한 이야기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by 비앙카 보스커

by 반선

미술관은 나에게 생각을 정리하는 곳이었다. 어렸을 때는 놀이터처럼 주말마다 드나들었고, 의미 없이 훑어보던 작품들과 그들이 어우러진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익숙해진 미술관, 작은 전시관들은 어느새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공간이 되어 갔다. 예술은 내게, 고요하지만, 또한 요란하기도 한 그들만의 소리를 내는 생명체 같이 느껴졌다. 작가들이 고민한 흔적과 고뇌가 담긴 각각의 작품들은 단순하기도, 복잡하기도 하면서 각각의 개성이 나타났다.


바쁘게 살며 미술관에서 발길을 떨어뜨린지 조금 된 이후에 다시 만난 현대미술은 어릴 때 친구를 성인이 되어 마주한 것 같은 서먹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떨 때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모습이 예술로 추앙을 받았고, 퍼포먼스 적인 모습이 예술로 인정받는 흐름 속에서, 예술과 내외하는 시간이 길어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늘 다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돌아오는 길을 발견한다. 거리를 벌리기도 하고 다시 좁히기도 하며,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이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 다시 빛을 찾는다. 예술은 직선으로 발전하기보다, 반복하고 되돌아오며 우리 곁을 맴도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책의 저자 비앙카는 예술현장에 뛰어든 저널리스트이다. 그녀는 갤러리, 아트를 뛰어다니며 예술의 세계로 뛰어든다. 저널리스트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다소 폐쇄적인 예술의 세계에서 그녀는 버티고, 살아남고, 또 이겨낸다.


새로운 산업으로 뛰어드는 것은 많은 고달픔을 그녀에게 선사했지만, 또한 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 초년생의 향기가 풍기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책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들이 대리체험을 하는 것마냥 신선한 감정이 가득하다. 신비로운 예술의 세계에 같이 몰래 잠입해 그녀와 함께 그 공간을 누비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아티스트들의 모습과 재능, 불안, 그리고 그 세계에서만 알 수 있는 비밀들이 조금씩 비추어진다. 보이는 모든 것으로 평가받는 삶의 무게, 그 이면에 있는 치열한 경쟁과 냉정한 시선, 예술 작품과, 그 작품 세계가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필력은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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