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고찰이 담긴 듄의 대서사시

Dune by Frank Herbert

by 반선

AI 시대가 열리면서 더욱 깊은 통찰의 주제가 되는 것은 인간성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무엇이 다른지,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 질문은 더욱 집요하게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동물은 본능에 충실한 존재다. 본능을 통제할 능력은 없지만, 동시에 본능이 충족되면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다. 인간은 욕망을 통제할 수 있고, 도덕성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항상 옳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인간은 그릇된 선택을 반복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선택을 멈추지 못할 때 괴물이 된다.


듄 시리즈는 이러한 인간의 위험성과 존엄성을 동시에 다루는 거대한 서사다. 저자가 그리고자 한 것은 단순한 권력 투쟁이나 예언의 실현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험한 존재인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결코 짐승처럼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인간은 잔혹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선택을 사유하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폴 아트레이디스라는 캐릭터는 미래를 본다는 것이 반드시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예언을 알게 될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좁아진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절망한다. 인간에게 현재만이 주어진 것은 축복이다.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면 결국 과거도 미래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반면, 그의 아들 레토 2세는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인간성을 스스로 희생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다시는 인류가 한 사람의 예언과 카리스마에 종속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즉, 인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아닌 것이 되어가는 선택으로 '황금의 길'을 설계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안정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인간은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간답다. 실수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으며,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다. 그러나 현실의 삶에서 우리는 점점 선택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길, 검증된 성공 공식, 정해진 가치관을 따라가는 삶의 굴레 안에서 안전하게 머물러 있다면, 진정한 삶의 가치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 반복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사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지 않기로 선택했을 뿐이다.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을 생각한다는 명분 아래 다른 사람의 삶에서 눈을 감아버리는 선택을 한 수많은 나날들을 밟고 서 있다. 그 결과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당연하게 여겨지는 많은 삶의 공식들은 사실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또한, 그러한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선택하지 않는 삶, 질문하지 않는 삶은 이미 죽은 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정해진 길을 걷는 존재가 아니라, 고통스럽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연습하고 싸워야 유지되는 과정이다. 듄은 그 싸움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다고 조용히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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