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by 이동민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전했던 시기.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서 꽃 피운 메소포타미아 문명, 나일강의 범람을 삶의 리듬으로 삼았던 고대 이집트, 인더스강과 황허강 유역에서 성장한 초기 국가들까지. 강은 단순한 자연 지형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었고, 동시에 권력의 근원이기도 했다.
강은 곡식을 길러냈고, 곡식은 인구를 불러왔으며, 인구는 국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강은 늘 은혜로운 존재만은 아니었다. 범람은 비옥함을 주었지만, 통제되지 않을 때는 파괴를 가져왔다. 그래서 인간은 제방을 쌓고, 수로를 만들고, 결국에는 댐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자연을 관리하고 지배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물을 통제하는 힘은 곧 타인의 생존을 통제하는 힘이 되었다. 강의 상류에 위치한 자는 강의 하류에 위치한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국가 간 분쟁은 반복되었다. 강은 문명의 젖줄이었지만 동시에 갈등의 불씨였다.
이 지점에서 강이라는 지형 조건을 넘어, 기후라는 자연 현상으로 넘어가 역사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사실이 나타난다. 왜 초기 인류는 남아프리카를 떠나 전 지구로 확산할 수 있었는가. 왜 어떤 대륙에서는 농경이 일찍 자리 잡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유목과 해양 활동이 중심이 되었는가. 왜 마야와 로마, 몽골과 중국 같은 거대한 제국들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가도 급격히 쇠퇴했는가.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의지와 정치만이 아니라, 기후의 완만한 변화와 급격한 변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강들이 가로로 흘러 바다로 이어진다. 중국, 라오스, 베트남을 지나는 메콩강과 같이 여러 나라를 거쳐서, 외교 분쟁에 엮일 여지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작지만, 사계절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고, 산과 바다가 골고루 있는 점 등, 기후나 지형적으로도 꽤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침략도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한 한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민족성까지 연결이 되는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의 매력은 우리에게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겨지는 많은 요소들의 인과를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환경과, 주변 사람들, 주변 나라와 나라의 역사, 지형과 기후가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나에게 연결이 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 하나만 보며 살아가는 삶은 많은, 귀한 유산을 놓치는 일이 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