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내 인생 첫 번째 뮤지컬은 캣츠였다.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왔다고 해서 찾은 공연장으로 들어가기 이전과 이후,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했다. 중간 인터미션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객석 통로 여기저기에서 하나둘씩 등장한 고양이들의 행동, 움직임 하나하나가 어찌나 진짜 같던지, 정말 고양이는 아닐까 싶어 눈이 휘둥그레진 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쓰다듬고 싶어 손을 내밀었다. 내 옆에 있던 어린아이에게 쓰다듬을 허락했던 고양이는 이내 휙 지나가 버렸고, 민망함에 손을 내리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한참 후, 우연히 뮤지컬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발견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T. S. 엘리엇이 어린아이들을 위해 출간한 시집과, 그 책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스토리는 캣츠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앤드류는 근 10여 년간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중에서도 뮤지컬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그리자벨라’가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는 특별하다. 시 여러 편들을 모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구성하고, 연출가와 함께 여러 고민을 하던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엘리엇의 아내로부터 미공개 시 몇 편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미공개 시 몇 편에 속해있었던 ‘외로운 고양이 그리자벨라’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그녀의 노래인 ‘Memory’는 캣츠에서 단연 가장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미완성이던 우리의 인생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대로 미완성으로 남기도, 완성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그러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누군가가 되어줄 마음가짐도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