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담긴 색, 예술인들의 발화

이중섭 화백

by 반선

제주에는 색다른 특색이 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과 갖가지 색을 뱉어내는 푸른 바다, 노랗고 빨간 강렬한 원색의 꽃들, 그리고 현무암의 묵직한 검은색. 이 모든 알록달록한 색들이 섬에 모여 조화를 이룬다. 이는 예술인들의 창작주머니를 자극함에 분명하다.


이중섭 화백은 평소에 거칠고 투박한 화풍을 가지고 있었다. 황소를 즐겨 그렸고, 굵고 힘 있는 선, 투박한 형태, 억눌린 힘이 그림 밖으로 터져 나오는 듯한 그림을 그리던 그의 붓이 제주를 만났고, ‘서귀포의 환상’을 그리며, 푸른빛이 가득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사용하며 화사하게 그림을 채웠다.


그는 피난길에 서귀포에 자리를 잡으며 그림 여러 장을 남겼다. 그의 그림에는 가난이 묻어 있다. 전쟁 중에, 판잣집 골방에서,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면서도,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어 합판, 맨 종이, 담뱃갑 은지에 그림을 남겼다. 그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예술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이상을 꿈꾸는 아웃사이더의 면모가 그의 삶 전반에서 드러난다. 시대에 앞선 국제 연애결혼을 했고, 아내를 지극히도 사랑했다. 시대와 상관없이 운명이 이끌어가는 삶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바로 그 일을 위해 태어났다고 온몸으로 말하며 삶의 흔적을 남긴다.


이중섭 화백이 제주에 있었던 1여 년 남짓의 짧은 시간은 안타깝게도 그가 사는 동안에는 크게 보답받지 못했지만, 서귀포에 ‘이중섭 거리’라는 흔적을 남겼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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