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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사업자의 환불 불가 조항, 불공정 약관일까?


12월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나요?

 
영화가 개봉한지 30년이나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나 홀로 집에”가 제일 처음 생각납니다.
 
귀여웠던 캐빈이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고, 호텔 사장님으로 잠시 나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다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귀여운 캐빈의 모습이 담긴 영화 포스터는 여전히 생생하고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최근 기사를 보니 유명 숙박 예약 플랫폼인 A사가 미국 시카고에 자리한 나 홀로 집에 영화 속 집을 숙소로 탈바꿈하여 투숙 예약을 받는 이벤트를 한다고 합니다.
숙박 이벤트는 단 하루, 코로나 시국만 아니라면 수강 신청하는 기분으로 예약 시도를 할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어느 나라, 어느 장소도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서 예약과 결제가 모두 가능한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숙박을 예약한 후 취소하는 과정에서 환불이 쉽지 않아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환불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러한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는 대표님의 경우에는 단순히 중개만 하는 서비스인데 고객에게 대한 환불 책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한 점이 많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거래 당사자가 아닌 중개 플랫폼을 통해 구입한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하여 분쟁이 있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로벌 숙박 예약 서비스 플랫폼인 B 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된 숙소 목록의 객실 유형 중 ‘조건’ 또는 ‘선택사항’ 항목에 ‘환불 불가’라는 조건을 게시하여 고객에게 제시하여 왔습니다.
 
고객이 환불 불가 조항이 기재된 객실을 예약하였다가 취소할 경우, 예약 취소시점부터 숙박 예정일까지 남은 기간을 불문하고 미리 결제한 숙박대금은 환불받지 못하도록 하는 약관 조항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와 같은 환불 불가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이므로 B 사업자에게 수정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나 B 사업자는 자신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중개인에 불과하므로 숙박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를 거부하였고 본 사건은 결국 재판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요?
 
법원은 B 사업자가 약관 법상 사업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숙박을 위해 체결한 계약의 한쪽 당사자여야 하고, 고객에게 자신의 약관을 계약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자여야 하는데, 환불 불가 조항을 포함한 숙박 조건은 숙박업체가 결정하고, B 사업자는 중개인으로서 숙박업체의 정보 등록 과정에서 정보를 바르게 입력했는지를 검토할 뿐이고, 이 같은 검토 과정에서 숙박 조건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으므로 B 사업자는 숙박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업체이지 숙박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약관 법상 사업자가 아닌 B 사업자에 내린 시정명령 처분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나아가 환불 불가 조항이 과중하게 불공정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도 판단하였습니다.
 
환불 불가 상품은 환불 가능 상품과 별개로 취급되는 독립적인 숙박 상품이고, 환불 가능 상품보다 대금이 저렴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환불 불가 상품이 숙박상품의 범위에 포함돼 고객의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고객에게 환불 불가 상품을 선택할지에 관한 권리가 제공돼 있으며 환불 불가 상품으로 인해 환불 가능 상품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B 사업자나 숙박업체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환불 불가 조항을 제시하고 고객이 이들과의 관계에서 열등한 지위에서 환불 불가 상품에 관해 어쩔 수 없이 숙박 예약을 체결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환불 불가 상품의 가격이 저렴하고 검색 결과 대체로 최상단에 게시된다는 점만으로는 B 사업자의 플랫폼이 고객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B 사업자의 플랫폼에 게시된 환불 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공정거래위원회가 B 사업자에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가 단순히 중개업자로서 환불 규정 등에 관여하지 아니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환불 불가 조항을 수용하도록 정하고 있지 아니한다면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환불 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판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전통적인 통신판매 방식을 기초로 설계되어 개정의 필요성이 지적되어 온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하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에 관여하는 역할이 상당히 커졌음에도 현행법상 중개업자라는 이유로 면책되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과 함께 구체적인 피해 구제, 분쟁 해결 장치를 함께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자신이 거래 당사자인 것으로 소비자 오인을 초래했거나,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과 관련하여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이용사업자와 연대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플랫폼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확충하는 것을 개정안에 포함시켜 놓았습니다.
 
아직 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국회를 통과하여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해당 내용을 숙지, 준수하여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본 시리즈는 스타트업 관련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스파크플러스와 법무법인 수오재의 콜라보 콘텐츠입니다.
 
법무법인 수오재의 박경란 변호사님께서 준비해 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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