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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가 창업한 회사의 가치는 얼마인가요?


최근 신용보증기금에서 정책금융기관 최초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방식을 통해 한 모바일게임 개발사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 일명 SAFE라고 불리는 계약이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SAFE는 2010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사용되는 창업 초기 투자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창업자는 창업 초기 자기자본이 풍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 친지, 외부 투자자 등으로부터 시드 자금을 조달 받게 됩니다. 그런데 창업 초기에는 대부분 매출, 자산 등 객관적으로 회사 가치 산정에 필요한 데이터가 없고, 단지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기술만이 있을 뿐이어서 사실상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상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고 이러한 문제가 회사의 초기 투자에 방해가 되고는 합니다.


창업자는 내가 설립한 회사가 다음 라운드의 투자를 받기 전에 100억 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100억 원의 가치를 전제로 한 투자를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창업자의 목표 내지 바람을 믿고 회사의 가치를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 가치 산정에 있어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 투자 과정에서 회사의 실제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거나 또는 지나치게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투자자나 창업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포함하여 소규모 창업자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투자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 SAFE입니다.



회사 가치는 나중에 정합시다.


SAFE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투자 계약 시 최소한의 조건만을 정하고, 취득할 주식의 규모, 최종 투자 단가 등과 같은 핵심적인 투자 조건들을 향후 특정 사건이 발생하여 기업의 가치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확정되게 하는 방식의 투자 계약입니다. 즉, 투자 단계에서는 주당 단가를 정하지 아니하고 다음 라운드 투자(시리즈 A 등)가 이루어질 경우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평가된 회사의 가치를 기준으로 SAFE에 정해진 할인 비율을 적용해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방식의 투자 계약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SAFE는 기업 투자의 전제가 되는 회사의 가치 평가를 다음으로 미루는 투자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SAFE 계약의 핵심은 가치 평가 상한(valuation cap)과 할인율(discount rate)로 볼 수 있습니다. 가치 평가 상한은 투자자와 창업자가 서로 협의한 회사 가치의 상한선을 의미합니다. 즉, 가치평가상한이란 SAFE 투자자가 처음에 예측했던 것보다 적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회사의 가치평가상한을 두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수량의 주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회사 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높게 평가된다면 초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인정받을 수 있는 지분이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할인율이란 SAFE 투자 단가를 다음 라운드 투자 단가에 할인율을 적용하여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SAFE는 가치평가상한만 있는 경우, 할인율만 있는 경우, 둘 다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억 원을 투자하면서 SAFE에 가치평가상한을 100억 원, 할인율을 50%로 정하기로 했다고 가정합니다. 만약, 가치평가상한만 있는 경우라면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회사 가치를 200억 원으로 정하였다 하더라도 가치평가상한인 100억 원을 기준으로 회사 가치가 산정되므로, SAFE 투자의 지분은 10%로 인정이 됩니다.

할인율만 있는 경우라면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회사 가치가 200억 원으로 정해진 경우 이 회사 가치에서 50%를 할인한 100억 원을 기준으로 10억 원의 지분가치를 상정하므로, SAFE 투자 지분은 10%로 인정되게 됩니다. (가치평가상한과 할인율 둘 다 존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회사 가치가 200억 원으로 정해진 경우 10억 원의 SAFE 투자 지분 계산>



조건부 지분 인수계약의 도입


종래에는 국내법상 조건부 지분 인수계약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에, 과연 조건부 지분 인수계약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월 벤처 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투자금액의 상환 만기일이 없고 이자가 발생하지 아니하는 계약으로서 투자금액이 먼저 지급된 후 후속 투자에서 결정된 기업가치 평가와 연동하여 지분이 확정되는 등의 조건을 갖춘 조건부 지분 인수계약을 통한 지분 인수를 위 법률상 투자로 정의하면서(벤처 투자법 제2조 제1항 제라호), 국내에서도 SAFE 방식을 활용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창업시장에 이러한 방식이 생소한 나머지 법 시행 후 1년이 넘도록 SAFE를 활용한 투자방식이 활발하지는 않았는데, 최근 신용보증기금에서 정책금융기관 최초로 SAFE 방식의 투자를 진행한 뉴스는 향후 SAFE 방식의 투자가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단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SAFE 방식을 활용해 투자를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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