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ONTENT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만의 미슐랭 레스토랑, <파리의 감각>

[스플X미래의창]


여러분은 '프랑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마카롱이나 밀푀유 같은 프랑스식 디저트와 품질 좋은 치즈와 와인이 잘 알려져 있죠. 요즘은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도 많이 보이는데요, 그럼 실제 파리의 비스트로에선 어떤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읽기만 해도 여행을 간 것 같은 설렘을 주는 에세이 <파리의 감각> 중 한 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작가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파리의 한 비스트로에서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에 와인을 곁들여 마시고, 밀푀유와 커피로 부드럽게 마무리하면서 이곳을 '나만의 미슐랭'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실감 나는 묘사와 감각적인 문장으로 가득한 이 글을 읽다 보면,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은 듯한 지적인 포만감이 느껴질 거예요!


한낮의 와인과 에스카르고와 밀푀유



몽소 공원에서 빠져나와 파리 8구를 거닐면서 생각했다. ‘이 동네, 나랑 조금 닮은 것 같아.’ 관광객으로 붐비던 파리의 화려한 장소와는 달리 어쩐지 고독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던 거리는 한적한 정취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삼은 것 같았다. 책이나 사진을 보며 예상했던 파리의 얼굴과는 또 다른 인상을 풍겼다. 내가 느낀 8구는 고풍스럽지만 현대적이고, 쓸쓸하지만 생기 있고, 고상하지만 세련된 곳이었다. 언젠가 파리에 살게 된다면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파리 8구에서 형언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느낀 것이 틀림없었다. 살면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랑에 빠질 만한 대상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 몇 안 되는 대상 중 하나를 찾은 것 같아 신기했다. 그런데 그때,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라 내 안에서 작은 파동을 일으켰다.



이십 대에 순수하게 사랑했던, 몇 번의 계절을 함께했던 연인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각.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오로지 가슴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이 지나간 기억 속에서 잠시 되살아나는 듯했다. 괜찮은 면을 찾기 위해 굳이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단박에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대상을 파리에서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나고 나면 이 순간에도 금세 과거라는 이름표와 추억이라는 훈장이 달릴 것을 알기에 조금은 조바심이 났다. 그렇다면 뭔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작은 비스트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 직전이라 그런지 가게는 비교적 한산했고, 심지어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가게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손님보다 직원의 수가 더 많아서인지 모든 이들의 관심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멋쩍어서 괜스레 창밖을 내다보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걷히길 바랐다.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을 때 그제서야 가게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진한 밤색 진열장에는 흰색 라벨이 붙은 갖가지 와인이 빼곡했고, 천장에는 대형 샹들리에 하나와 소형 샹들리에 다섯 개가 은은한 빛을 내며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는 건 주황색 덮개를 쓴 샹들리에뿐이었다. 내 머리 위로 샹들리에의 가녀린 빛이 떨어지자 마치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이 공간에 오직 나만 있는 것 같은 적막한 느낌이 들 때쯤, 한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나는 가벼운 런치 코스를 선택했다. 코스에는 하우스 와인과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 밀푀유, 커피가 포함되어 있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올리브와 땅콩, 먼저 나온 와인을 맛보며 요리를 기다렸다. 내 앞에 놓인 와인의 붉은빛과 대각선 방향으로 보이는 샹들리에의 주황빛이 조화를 이루었고, 영롱한 빛깔과 눅눅한 재즈, 와인의 취기가 단단한 긴장의 벽을 허물었다.


나른해진 몸을 소파에 묻었다.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이곳과 반대의 색을 내는 바깥세상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지나가는 몇몇 행인이 보였다. 옷깃을 세우며 걷는 우수에 찬 남자, 스카프를 바람에 흩날리는 사색하는 여자,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고독한 여자. 아침과 점심 사이에 와인을 홀짝이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별것 없는 평범한 장면도 특별해 보이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긴장이 완전히 풀릴 때쯤 에스카르고가 나왔다. 달팽이 껍데기는 커다란 유리 접시 가장자리에, 달팽이는 접시 위의 작고 귀여운 빨간 냄비 안에 담겨 있었다. 난생처음 접하는 익숙하지 않은 요리 앞에서 잠시 망설여졌다.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 생각은 첫입에 사라졌다. 물컹거리면서 쫄깃한 질감이 미끄러지듯 입안으로 들어왔다. 생각한 것보다 이질감도 없었고 괜찮았다. 먹다 보니 맛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식감이 탱글탱글한 게 조개 같기도 했다. 바질 양념이 적절하게 잘 배어 있어 비릿한 맛도 없었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재료 본연의 향을 만끽했다. 개운한 봄바람이 코끝을 스치듯 신선한 바질 향이 느껴졌고, 이어서 고소한 버터의 풍미가 올라왔다. 버터로 입이 느끼해질 때쯤 중간중간 와인을 마시면서 맛의 균형을 찾아갔다. 어느 것 하나라도 혼자 도드라지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메인 식사가 끝나고, 후식이 등장했다. 아몬드 색상의 페이스트리 켜켜이 부드러운 크림을 가득 품고 있는 밀푀유. 꼭대기 층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 슈거파우더가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포크로 두 동강을 내자 페이스트리 파편이 접시 위로 떨어져 내렸고, 안에 있던 크림이 푹하고 튀어나왔다. 다루기 힘든 디저트였다. 바스러진 밀푀유 한 겹을 맛보았다. 우아한 단맛이 혀와 치아, 목구멍을 스치며 퍼졌다. 이어서 쓴 커피를 마시니 단맛과 어우러지며 만족감이 밀려왔다. 이곳은 나만의 미슐랭 레스토랑이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기 전 다시 한번 가게를 둘러보았다. 한 시간 전과는 소리도, 냄새도 모두 달랐다. 테이블 여기저기서 대화 소리와 식기 부딪치는 소리, 신문 펄럭이는 소리가 났다. 비스트로는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고독한 식탁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었다.




<파리의 감각>을 읽는 내내 파리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요. 내가 만약 파리에 간다면 어디를 갈지, 무얼 먹을지 떠올려보니 잠시나마 행복했답니다. 여러분은 파리에 간다면 가보고 싶은 카페나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저는 에스카르고 요리를 먹어보고 싶네요:)






코로나로 인한 여행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하고 가을이 오며 선선하고 맑아진 날씨에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요즘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파리의 감각>의 한 부분을 읽으니 다채로운 묘사에 순간적으로 파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스파크플러스와 미래의창이 준비한 책 소개 콘텐츠, 어떠셨나요? 미래의창 책 소개 콘텐츠를 준비하며 이번엔 여러분에게 어떤 글을 전해드릴까 하는 작은 설렘이 있습니다.


오늘 콘텐츠가 여러분에게 단조로운 일상 속 여행을 생각하는 여유를 드릴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도 스파크플러스 브런치에서 전해드릴 다양한 콘텐츠 기대해 주세요:)




▼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함께하는 스파크플러스 더 알아보기 ▼


매거진의 이전글 MZ세대 공략법! 인스타그램 부캐 마케팅 파헤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