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해방일지 #1 스타트업은 시장을 이렇게 본다
2024년 어느날, 온보딩 중인 PO가 찾아왔다.
대표님!
"네?"
"제가 저희 서비스에 대한 시장분석을 해봤어요, 봐주세요!"
"오 정말요? 어디 한번 볼까요? "
"근데, 제가 찾아낸 게 이 서비스는 미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물병원 서비스 시장의 TAM은 약 400억규모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들어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규모는 SAM 약 150억규모, 그리고 저희가 할 수 있는 1인 원장의 동물병원에 핏한 소프트웨어 SOM은 30억이에요. 그러니, 지금으로선 이 시장의 미래가 없어요.""헤일리(가명) 좋은 분석이지만, 혹시 이 자료는 어디서 났을까요? "
"네, 제가 여러 기사들을 조합하고, 분석했습니다!"
" 그럼, 헤일리 혹시 저희가 들어가 있는 TAM이 말씀 주신 동물병원 서비스 시장이라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 요? "
" 소프트웨어가 서비스 시장인거지 아니면 뭐죠? "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분 의 분석은 맞았지만 틀렸고, 나는 어디서부터 이야기할 지 잘몰랐다.
그리고 그분은 다음주에 내게 퇴사를 통보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비즈니스시장이 너무 적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시장이 작다는 것이었다.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분의 퇴사 이후 정확히 8개월 후 즈음, 우린 투자를 받았고, 라운드를 클로징 했다.
왜 투자사는 우리의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우리 PO후보생은 그렇지 않았을까?
우리가 흔히 MARKET이라고 부르는 시장은 단순히 동네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점들의 모임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시장이라고 하는 건, 사실 재화가 움직이고, 서비스가 움직이는 그 자체를 말한다. 때문에, 단순히 방법론 중의 하나를 가지고 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에 빠지기 쉽다.
그럼 무엇을 해야할까?
도데체 시장 분석이 뭔데, 맨날 경영학에서도, 마케팅에서도, 투자사 IR에서도 첫 장에 나오는 것일까?
(우린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처음 나오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질문에 답변이 되어야 한다.
시장은 상대적인 위치를 가진다. 그건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 즉 고객의 정의가 여러갈래로 나뉘기 때문이고, 어떤 고객을 상대하냐에 따라서, 고객의 어떤 문제를 풀고 있냐에 따라서, 그 고객의 특성에 따라서, 시장에 대한 분석의 방향은 달라지게 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파는 것이 단순히 사과인지, 혹은 유기농사과인지에 따라서, 우리가 보는 시장은 매우 달라진다. 우리의 제품의 특성이 무엇인지, 어떤 효용가치를 가지는지, 무슨 문제를 푸는지는 시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와 유사한 가치를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어떤 가치를 내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시장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특성이다. 우리의 제품이 들어가는 시장의 고객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집단일까? 개인일까? 혹은 개인도 집단도 아닐까? 이런 고객의 특성에 따라, 시장의 사이즈를 결정하는 숫자는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서비스의 고객을 동물병원으로 잡으면, 전국에 약 5500개의 동물병원이 고객이지만, 동물병원 내부에 있는 사람들로 고객을 잡으면, 그건 약 3만여의 반려동물 의료 종사자가 되는 것이다. 수치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시장 분석에는 기법보다 중요한 것이,
우린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고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가 풀고 있는 문제를 알았다면,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장 분석에 한 축은 우리의 성장 방향이다. 성장방향에 따라, 가망시장이 달라지기 떄문이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가고 있는지, 우리의 제품은 어떻게 활성화될 것인지를 보는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 우리가 만드는 피쳐를 운영하고 있는 비슷한 시장은 어디인지에 따라 가늠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는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난 이후에 시장을 보자.
다시 시장을 볼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랑 비슷한 애들은 뭐하고 있지? 이다.
그렇다. 그렇게 유명한 "경쟁사 분석"이다.
경쟁사 분석이 중요한 것은 역시 우리의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비슷한 서비스는 안팔릴까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와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는 비슷함을 넘어서는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둘 다 팔린다. 즉 차별화는 기능이나, 혹은 정의된 서비스라기 보다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가깝다. 때문에 경쟁사가 제공하는 가치와 차별화된 포지션이 우리가 시장에 위치하는 방식이다.
우리 회사가 초기 시드에서 관심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GTM 전략이었다. 이 시장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큰 병원이 많은 수의사가 있으니, 큰 회사에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면 우리는 우리의 제품은 작은 병원이 더 유용하게 쓰인다 판단하고, 작은 병원부터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모두가 Top-Down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Bottom-up과 Long-Tail을 이야기했다. 시장이 long-tail로 바뀌는 순간, 시장의 규모는 달라졌다. 그리고 그 전략은 유효하게 우리가 초기 유저들을 빠르게 모아, 서비스 피드백 구조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다. 우리 회사의 기조인 제품주도의 성장을 위한 전략이 생긴 것이다.
비즈니스와 제품은 모두 살아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은 다면적이다. 우리가 다면적인 만큼, 우리를 정의하는 방식도 다면적이어야 한다.
때문에 시장분석을 하고 싶다면, GPT와 함께, 열심히 시장의 규모를 계산하기보다는,
1. 우리의 제품을 써보고,
2.우리의 고객을 만나 물어보며,
3.제품이 가진 데이터를 확인하여 가치를 확인하고,
4.우리의 경쟁사는 어떤 제품을 내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
5.우리는 어떤 전략을 실행해서 살아남아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
6.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어디인지를 물어보는 것
시장 분석을 잘 하는 방식은 위의 6단계가 아닐까?
스타트업은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더 똑똑하게 일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숫자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숫자를 낼 지를 정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