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국방부는 군부대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함으로써 훈련소를 입대하던 장병들의 휴대전화 반입도 가능해졌습니다.
훈련기간만 마치고 자대로 배치받으면 일과시간 이후 취침전까지는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2019년 군부대는 그야말로 대변혁의 바람이 불게 되었습니다.
군장병 대신에 용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계급보다는 동기 문화가 존중되고, 바리스타 병이라는 보직이 생기고, 군부대 내 이디야 커피숍이 들어서는 등 2019년 군부대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변화가 군부대에 불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군인들 대상으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사관과 간부들만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었고 장병들은 스마트폰 반입이 불가능한 시기였습니다.
연천 관내 위치하고 있는 5사단과 28사단에 소속된 군인들의 사이버범죄는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부사관과 간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휴가를 나가면 군인들도 스마트폰을 제일 먼저 사용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직업 군인뿐만 아니라 사병들 그리고 군인 가족들도 법원을 사칭한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여 조작된 사이트로 접속하도록 한 뒤 금융계좌정보와 개인정보를 탈취하여 계좌에서 돈을 가로챈 파밍(pharming) 사건, 배스킨 라빈스 무료쿠폰과 모바일 돌잔치 초대장을 가장한 악성코드가 포함된 문자를 발송하여 설치하도록 한 뒤 소액결제 승인번호를 가로챈 스미싱(smishing), 저금리 대환 대출을 빙자한 금융기관 사칭형 보이스 피싱, 수사기관을 사칭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안전한 계좌로 돈을 이체하도록 해 가로채는 국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피해를 당해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비록 직업 군인들이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수시로 변화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모바일 돌잔치 초대장’ 스미싱 사건이 기승을 부릴 때에는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여 신고 접수되었고 오히려 군 장병들이 이러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휴가를 나갔다가 사이버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군부대 관계자들의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더욱 확신이 서게 되었습니다.
2달 동안 여기저기서 수집한 기존 강의안 자료를 바탕으로 나만의 강의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Based on Actual Events(실제 사건을 기초로 제작하였습니다)'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1. 교차로, 알바인, 알바몬과 같은 구인 구직 사이트 내 대포통장 모집 사례
2. 게임 아이템 거래로 피해를 당하면 과연 경찰서 신고가 가능한가?
3. 최진실법, 온라인 명예훼손 사건 사례
4. 중고 직거래 사기 사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3자 사기 범죄수법
5. 스미싱 피해사례 예방법(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중심)
6. 랜덤채팅으로 이어지는 몸캠 피싱 피해사례
군인들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당할 수 있는 사이버범죄 사례를 중심으로 2달 가까이 사건 자료를 편집하여 100여 개의 슬라이드로 만들어 군부대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면서 예방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군인들에게는 스미싱, 직거래, 명예훼손, 몸캠 피싱 등의 사례는 반응이 좋았지만 청소년들은 오히려 온라인 명예훼손과 게임 아이템 사례에 더 많은 관심과 질문을 하는 등 예방교육 다니면서 대상별로 내용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과 내용 전달에 어려웠던 슬라이드는 삭제하고 다듬고 수정하면서 교육 대상별로 강의안을 만들었습니다.
5사단 소속 부대에 본격적으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시작하겠다고 협의된 달부터 3달가량은 주 5일 심지어 하루에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교육을 다녔습니다.
연천 관내에 있는 부대라고 하더라도 오전에 마치고 다시 사무실에 복귀해 점심을 먹고 다른 관내 부대에 교육을 나갈려니 비효율적인 것 같아 오전 교육은 10시부터 12시까지로 정하고 오전 교육을 마치면 그 부대에서 짬밥을 먹은 뒤 오후에 실시할 교육 부대에서 지휘관이 타고 다니는 101호 차량을 보내줘 오후 교육 군부대로 갈 수 있도록 군부대에서 적극적으로 배려해 주었습니다.
오전 교육 마치고 짬밥을 먹은 뒤 오후 교육을 위해 대기 중인 101호 차량에 탑승하면 운전병과 선탑 좌석엔 부사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형사님 바쁘신데 교육을 위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군 간부의 인사와 함께 101호 뒷좌석에 타서 군부대로 가는 기분은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누구 하나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전혀 지치지가 않았습니다.
분명 우선순위를 둘 순 없지만 사이버범죄와 예방은 그 조합이 그 어떤 범죄보다 잘 어울렸고 2014년 경찰청은 수사국내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주로 사후 대응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이버범죄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안전국으로 분리해 사이버범죄 예방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촉발되었습니다.
경찰청에서 사이버안전국 설립 후 본격적으로 시행한 제도가 바로 ‘사이버범죄예방 전문강사’를 활용한 대국민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이었습니다.
사이버안전국 설립 후 전국의 경찰관이 볼 수 있도록 ‘사이버범죄예방 전문강사 1기’ 2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걸었습니다.
사이버범죄 수사업무 경력 몇 년 이상에 강의 유경험자를 서류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는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 자격에는 해당되었지만 아직 강의 경험이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 지원을 미루었습니다.
그해 공고 후에 얼마 있어 사이버범죄예방강사 1기가 창설되었고 사이버안전국이 드라마 초기 제작 시부터 많은 지원을 한 SBS ‘유령’ 출연진들이 명예 사이버범죄 예방강사로 위촉하는 등 예방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라마 유령 출연진 사이버범죄예방 전문강사 발대식, 출처:연합뉴스
경찰청에서도 사이버안전국을 분리해서 본격적인 사이버범죄에 대한 예산 확보와 제도를 기획해 전국의 경찰서에 시행하도록 했지만 제가 근무한 곳은 3 급지 시골 경찰서이다 보니 그렇게 체감할 만한 제도와 지원은 받지 못하였습니다.
2017년 연천경찰서를 떠나는 날까지 혼자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장 하고, 서무 하고, 수사하고 원맨쇼를 하다 떠났으니 그다지 체감할 만한 지원은 받지 못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수사과장은 제가 업무외적으로 예방교육을 다니는 모습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주었습니다. 1년마다 바뀌는 수사과장 자리이긴 하지만 처음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하겠다는 저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던 지휘관은 제가 그 자리를 떠나서도 생각이 많이 나고 경찰의 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만나더라도 그때 밀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저의 활동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박형사 나도 군부대 갈 때 같이 가자!”
제가 어떤 방식으로 강의가 하는지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고 수사과장을 데리고 몇군데 군부대 강의를 나갔습니다.
준비해 간 맥북프로에 빔 프로젝트 설정하는 동안 수사과장은 군부대 대대장과 인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려고 하니 안 보였습니다.
강의 마치고 같은 차로 복귀해야 하니 군부대 구경하고 있나 보다 하고 쉬는 시간에 밖에 나와보니 수사과장은 군부대 관계자에게 부탁해 건빵 박스를 차에 싣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건빵이 먹고 싶었으면 미리 건빵을 챙겨드릴걸 하면서 교육 마치고 군부대 주임원사에게 부탁드렸습니다.
“건빵 좀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교육비도 못 드리는데 건빵 박스 챙겨서 드리겠습니다.”
교육 마치고 나서 경제팀 직원들에게 건빵 맛있게 먹으라고 많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몇 개월 교육하다 보니 대중들 앞에서 떨지 않고 내용을 전달하는 부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제가 취급한 사건들 중심으로 피해 예방법을 알려 드리니 군부대에서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받았습니다.
공짜로 교육을 진행해줘서 고맙다는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교육을 마치고 같은 군부대에서 빠진 인원들과 간부들 대상으로 추가로 해 달라는 교육 요청이 온다는 말은 내용에 있어서 만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 내용 우려먹기는 가장 위험한 속임수라 생각해 동일 부대에서 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그 당시 전달하지 못했던 다른 내용들로 교육하면서 제 맥북프로 노트북에는 상당히 풍성한 강의 자료들이 누적되었습니다.
그러다 도입부에 좀 더 효과적인 이목을 집중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애플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아이무비(imovie)와 모션5(motion5)로 도입부 영상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동영상 슬라이드 만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갔지만 교육 후 돌아오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저를 수사업무만큼 예방교육에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출처:박중현
사실 분당과 홍대 학원을 오가면서 배울 때만 하더라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용될 줄이야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방교육에 나가는 건 좋은데 교육 때문에 외부에 나가 있는 만큼 사건이 적채 되기 시작하였고, 2014. 10. 15.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사건을 들고 두 자매가 경찰서를 방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