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의 끝은 어디인가?

내 인생의 변곡점 2014. 10. 15.

by 박중현

사이버 공간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분들의 고통의 끝은 어디인가?


2017 - 2019년 동료들과 국민들 대상으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시작할 때 사용한 도입부 슬라이드. 출처:박중현


사이버 사건으로 피해자분들과 만나게 되면 고통의 시작과 끝은 피해자들의 몫이지 수사 형사들에게는 전가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순번이 정해진 사건의 피해자로만 시스템에 입력이 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어서도 안되며 오히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할수록 다른 사건들이 적채 돼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형사가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척도는 빠른 사건 처리이고 그래서 하나의 사건 처리 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있습니다.

3개월을 넘어가게 되면 관리대상 사건으로 분류되고 시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담당자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피해자만 있고 범죄자는 사이버 공간에 숨어 있는 시작점에서 오직 피해자에게 범죄자가 흘려놓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흔적을 순차적으로 탐색하면서 누구인지를 특정해야 하고 그 특정된 범죄자를 찾아내어 경찰서로 송환해 범죄사실을 밝혀내는데 주어진 시간이 3개월입니다.

특히 고소 사건은 3개월을 넘어가게 되면 수사부서에서 관리 대상 사건 리스트에 올라가게 되고 수사과장의 질책이 이어집니다. 고소 사건이 3개월이 넘어가는 장기간의 수사를 요구하는 사건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소인의 배려와 이해도 필요 없으며 오로지 지휘관의 관리 대상 사건에 포함되거나 이런 장기 사건을 많이 보유한 사람일수록 무능한 형사로 질타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형사는 사건을 사건으로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2014.10.15.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혼자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밀려있는 사건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통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제범죄 수사팀 직원들도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을 순번대로 배당받아 상담하며 사기사건이 되는지 민사재판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건인지 입에서 단내가 나는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하루도 사건 처리, 수집한 자료 강의안 제작, 주말 컴퓨터 학원에서 배운 프로그래밍 연습으로 설계되어 있어 혹시나 모르는 다른 고소 사건이 들어오기 전에 밀린 사건을 먼저 처리하던 하루였습니다.

통유리창 너머 경제범죄 수사팀 사무실을 등지고 수사 서류 작성에 열중하고 있던 중 경제팀 사무실로 두 여성분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 손에는 고소장으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경제팀 사무실로 들어오는 두 여성분의 모습은 불과 몇 시간 전에 같은 문제로 경제팀 사무실을 방문하던 여느 고소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던 모습이었습니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던 두 사람의 상담 배당은 이번에 제일 나이가 많으신 선임 선배님 차례였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힘겨운 모습으로 고참 선배님 앞에 접이식 의자를 펼쳐 자리에 앉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저는 다시 제 사건에 집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밀린 사건 하나 처리하고 이것만 끝내면 직거래 사기사건에서 많이 사용하던 범죄수법인 ‘삼각 사기’ 방식을 알려줄 강의안을 만들고 대전에서 검거한 직거래 사기 사건 피의자가 도박 중독 때문에 직거래 사기 사건을 저지른 내용으로 강의안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상담을 받고 있던 두 중년 여성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등을 돌려 통유리 너머 고참 선배를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고개를 돌려 돌아보았을 때 제 두 눈에 비친 두 여성분의 뒷모습은 딱 이 모습이었습니다.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경제범죄 수사팀 사무실을 방문하는 민원인들 중 하루 평균 20 - 30% 정도는 사기사건에 해당되지 않는 단순 채무 불이행도 많고 그렇게 되면 수사기관에서는 달리 사건을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고참 선배가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저를 쳐다보는 게 보였습니다.

‘왜 나를 쳐다보지? 상담하시는 분들 나이 때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인터넷을 하실 분들은 아닌 것 같은데, 상담은 끝났는데 내가 뭐 알려드려야 할 게 있나?”

순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사연 많아 보이는 40대로 보이는 두 여성분은 간단한 상담이라도 인생 얘기를 먼저 꺼내면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괴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애써 눈길을 피해 버렸습니다.

그러더니 고참 선배가 두 여성분으로부터 건네받은 고소장 서류를 들고일어나는 게 보였습니다.

“박형사 잠깐만!”

두 여성분도 함께 일어나 짐을 챙기고 경제범죄 수사팀 사무실을 나와 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고참 형사와 두 여성분이 함께 들어오면서 오늘 오후 일과는 강의안 정리도 못하겠구나 싶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박형사 이거 아무리 봐도 경제팀에서 처리할 사건은 아니고 사이버 사건 같은데 한번 상담해봐!”

저는 다른 말은 들리지 않고 ‘한 번 상담해봐!’에 조그마한 희망을 걸었습니다.

상담만 해주고 만약 처리해야 할 업무가 아니면 다시 경제범죄 수사팀으로 가도록 하든지 아니면 돌려보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상담만 해 봐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두 여성분이 앉을 수 있도록 구석에 세워져 있던 접이식 의자를 펴 제 앞에 두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 봐요?”

제 질문에 대답이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분은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옆에 계시던 여성분은 눈에 뭔가 불만과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였습니다.

“의정부 검찰청에서 여기 경찰서로 가라고 해서 왔어요!”

첫마디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어 보이는 여성분이 먼저 말을 시작하였습니다.

“아! 의정부 지방검찰청에서 여기로 가라고 했다는 말이네요, 고소장 서류 좀 주세요!”

고소장에는 고소인 이름과 인적사항과 전화번호 그리고 정말로 간단하게 몇 줄 적혀 있었습니다.

‘취업을 하려고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피해를 당했습니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안 되고 한분은 고개만 숙인 채 혼이 나간 사람처럼 하고 있지 한분은 불만에 가득한 말투로 앉아있지 순간 저도 경제팀 고참 선배가 짜증 나기 시작했습니다.

‘ 내사건도 아닌데 괜히 떠 넘겨가지고 할 것도 많아 죽겠구먼!’

정말 그때는 선배가 짜증 나면서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을 경찰서 입구에 있던 민원실로 돌려보내 민원실에서 확실히 상담할 부서를 정해 다시 오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두 분은 어떤 관계인가요?”

대화를 시작하려면 이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 관계 정리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언니고 저는 동생입니다!”

동생분의 설명에 피해를 당하신분은 언니라는 걸 알 것 같았습니다.

“사건을 상담하려면 제가 무슨 일인지부터 알아야 되는데 말씀을 해 주셔야 제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정부 지방검찰청에는 어떤 일로 가신 건가요?”

직접 피해를 당한 것 같은 언니는 오늘 도저히 상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동생분을 쳐다보면서 질문을 이어 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의정부 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써서 접수를 시켰는데 거기 근무하시는 분이 이런 사건은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라고 해서 왔어요!”

동생이 왜 그렇게 불만이 많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보통 검찰청 종합 민원실에서도 고소 고발 사건 접수를 하고 있고 검찰에서 접수된 민생형 사기 범죄는 모두 고소인 주거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 버리기 때문에 설령 검찰에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부류의 사건은 반드시 경찰서로 넘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인천공항이요?”

대화를 하면 할수록 무슨 사건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고 마음 한편으로는 사이버 사건은 아니겠구나 하며 속으로 약간 즐거워했습니다.

동생분이 별도로 들고 온 가방에서 자료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외로 송금한 거래내역서 뭉치들 그리고 출력한 A4용지에는 누군가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잔뜩 출력되어 있었습니다.

주섬주섬 꺼내는 서류 뭉치들과 A4용지들은 본격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누군가가 보면 되는 것이고 우선 저는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돈을 해외로 보내신 겁니까?”

3천 달러가 넘는 금액을 송금한 내역서도 보이고 송금 영수증만 어림 봐도 몇천만 원이 넘어 보였습니다.

그때 언니분은 고개를 더 숙이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 미국에 있는 식당에 취업한다는 구인구직 광고를 보고 글을 올린 사람한테 돈을 보냈는데 전부 사기당했어요!”

그때 마음이 더 불편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이버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어떻게든 사이버 사건이 아니라는 단서들을 더 찾아서 옆에 경제팀 사무실로 넘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해외로 보낸 금액이 총얼마인가요?”

“1억 2천이요!”

“예?”

저도 무슨 이런 상황이 다 있나 싶고 순간 두 사람이 한심해 보여서 잠시 고개를 의자에 기대었습니다.

“여기 해외 송금한 내역만 1억 2천이지 가족들한테 빌린 돈 합치면 더 많아요!”

“가족들은 모르겠네요?”

“절대로 알면 안 됩니다!”

“범인은 누구인지 알고 보냈어요?”

“몰라요!”

“전화통화는 해 보신 적은 있어요?”

“한 번인가 통화를 해 본 적은 있는 것 같아요!”

“그것 말고 아는 건 뭐가 있어요?”

“없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한심한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구나 하면서 어디서 처리해야 될 사건인지는 둘째치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언니라는 사람은 말도 없이 울고만 있지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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