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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중현 Mar 24. 2020

경찰서에서의 마지막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청소년과 선생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이 필요합니다.

2020년 2월의 마지막 날 홍콩으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박형사님! 작년에는 불안한 홍콩 시위로 인해 식당이 잘 안될 줄 알고 불안했는데 다행히 시위를 해도 사람들은 밥은 챙겨 먹다 보니 식당 운영이 되긴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상황이 많이 막막합니다!”

홍콩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피해자분이 새해 인사겸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문자를 받고 새해 인사도 드릴 겸 홍콩과 한국 시간차도 얼마 나지 않아 곧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2014년 처음 사건을 접수하고 나서 수사 방향을 잡지 못해 한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두 자매분은 저에게 큰 응원과 앞으로 형사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사건을 접해야 하는지를 몸소 알려 주었던 분들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될 무렵인 2015년 피해자는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를 수 없다며 돈을 벌어야 했기에 중국 식당으로 일하러 출국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사건 처리는 동생분이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하였고 언니분은 중국 대형 식당 매니저로 근무를 시작해 몇 년 뒤 홍콩으로 근무지를 옮겨 조그마한 식당을 오픈하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동생분으로 터 간간히 전해 들었습니다.

작년 하반기  해외 토픽 뉴스로 홍콩 시위대 상황이 매일 보도되면서 홍콩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피해자분이 마음에 걸려 작년에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뉴스 보면 매일 홍콩은 시위 때문에 난리던데 식당 운영은 잘 되는 편인가요?”

시위 때문에 식당이 강제 철거라도 당했을까 봐 걱정돼서 먼저 안부를 물었습니다.

“시위 때문에 밖에는 잘 못 나가긴 하지만 시위는 하더라도 사람은 먹어야 하잖아요!”

그럭저럭 식당은 잘 된다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몇 달이 지난 2020년 2월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해 인사도 드려야 할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지금 홍콩 상황도 많이 안 좋죠?”
 “예 작년에는 시위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시 어려워 졌습니다.”

그래도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 상가들이 다 같이 힘든 상황이라며 어서 안정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서로를 위로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큰 애가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해외 취업 생활을 오래 하던 피해자는 애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늘 걱정하곤 했었는데 어머니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큰 딸이 홍콩으로 자주 넘어가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도와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큰 딸이 자립으로 취업해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누구보다 기뻤고 한편으론 다행이었습니다.


“2014년 처음 사건 시작하고 나서 경찰서에 자주 찾아와서 저한테 난리 친 거 알고 계시죠?  6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돈은 많이 버셨어요?”

그때 수시로 사무실에 찾아와서 이거 확인해 달라, 저거 확인해 달라 아직까지 수사에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돼가고 있냐면서 사건 담당자를 괴롭혔던 일들을 웃으면서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해외로 돈을 보내면 앞에 보낸 돈마저 못 받을까 봐 너무 겁이 나서 여기저기 빌린 돈이라 이제 거의 다 갚았습니다.”

다 갚았다는 말은 결국 피의자에게 해외 송금하는데 빌린 돈을 변제하였다는 말이고 그동안의 시간과 인생은 범죄 피해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빚으로 돌아왔습니다.

“거의 다 갚긴 했지만 결국 다시 원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거네요!”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피의자에게 송금하는데 빌린 돈을 변재 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5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에서 홍콩으로 거쳐왔던 시간 동안 빛을 변제하였지만 정확하게는 2014년 4월부터 범죄 피해를 당하기 시작하였으니깐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7년이라는 시간, 돈, 인생을 변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아져서 빛이 완전히 청산되면 한국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는 피해자의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지만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과 인생은 그 누구도 보상해 주지 못한다는 게 저에게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직업적 철학을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2015년 한참 더웠던 여름날 피해자의 여동생분이 학부모로 보이는 분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이번에는 사건 때문에 방문한 게 아닌 함께 손을 잡고 방문한 학부모의 사연으로 사무실에 들른 것 같았습니다.

“형사님, 애들 눈높이에 맞춰서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을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제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셔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함께 사무실을 방문한 학부모님이 용기를 내서 저에게 강원도에 있는 학교를 방문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피해자의 여동생분은 제가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직접 강의를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애들 눈높이에 맞춰서 교육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 물어보니 그동안 1년 동안 함께 수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믿음이 가게 되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사이버범죄 예방교육도 잘하실 것 같아서 동네 친구 고민을 듣는 순간 딱 형사님이 떠올랐습니다!”

1년 넘게 범죄자의 흔적을 찾으러 다니느라 같이 고생하긴 했지만 이렇게 피해자로부터 신뢰를 받아본 게 오랜만이라 뿌듯해졌습니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지금 힘든 상황인가요?”

걱정이 많아 보이는 학부모님에게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같은 반 다니는 친구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 오면 말도 안 하고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분명 선생님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알리고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경찰관이 학교에 직접 찾아와 교육을 한번 해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고도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깊은 고민에 방문하셨다는 걸 이해할 수 있어 그 자리에서 학교로 전화를 걸어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 때문에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를 방문해 선생님들에게 상황을 설명드리고 그날은 한 학년 전체를 모아서 교육하지 않고 학교 측의 배려로 한 교실만 들어가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더운 여름날 학부모님의 요청으로 진행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출처:박중현


며칠 뒤 경찰서 수사지원팀 직원으로부터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저와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며 출력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교육을 다녀온 후 학부모가 게시판에 등록한 내용. 출처:박중현

몇 달 동안 사건 수사에 매달리느라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다니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다녀야 할 것 같아 사건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교육에 필요한 강의안을 다듬고 수정하였습니다.

직접 처리한 사건을 통해 발견한 사실과 주의점 그리고 예방법을 교육해야만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자칫 다른 사람이 취급한 사건이나 막연히 보도 자료에서 발표된 자료를 인용만 하면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강의안을 만들다 보니 처음에는 1시간짜리 강의안이라도 만들고 수정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사이버범죄 사건 접수와 동시에 사건을 진행하면서 예방에 대한 자료도 만들어야 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터뷰에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게 되고 형사 사건에는 의미 없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예방교육에는 꼭 필요한 자료들은 별도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강의안 제작에 있어서 만큼은 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어를 동시에 연동시켜 외근 활동 중에 강의안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득 떠오르면 자료를 저장해 놓는 방식에 익숙해져 예정된 예방교육을 나가야 하는 일자가 다가오더라도 강의안 제작에 대한 압박은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은 선생님과 학생들 대상으로 사이버범죄 사례, 예방법,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알리고자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학생들 대상으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많이 다녔지만 역시 단체 교육은 제일 힘든 시간 이었습니다. 출처:박중현


그리고 2016년 9월 선생님 대상 사이버폭력 연수과정을 마지막으로 연천경찰서 수사관으로서의 마지막 예방교육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학교 선생님 대상 사이버폭력 대응 연수 과정 교육을 마지막으로 연천경찰서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출처:박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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