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대로, 조금씩 만들어가는 하루
수습이 끝났다.
큰 문제가 없다면 해제될 거라 생각은 했어도,
혹시 모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
긴장 속에서 지냈다.
3개월 동안 '못하는 나'를 수없이 마주했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 애쓰며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업무와 회사 스타일에 적응하려 노력하면서도
내 개성을 잃지 않으려고도 애를 썼다.
속도감과 멀티태스킹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회사는 나에게 더 빠른 속도와
더 많은 일의 동시 처리를 요구했다.
한국인과 외국인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고
세일즈, 디자이너, 기획자를 넘나 들어야 했다.
외부에서는 나에게
‘비업계 출신’이라는 다섯 글자 꼬리표를 달아 놨고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텃새도 마주했다.
이 모든 감정을 컨트롤하며
뇌의 CPU를 최대치로 가동한 3개월이었다.
정신없었지만, 흥미로웠다.
때로는 두려웠고, 때로는 벅찼다.
‘원래 하던 걸 할 걸 그랬나?’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지만 나는 안다.
새로운 일을 좋아하고, 배우는 걸 즐긴다는 걸.
의미 있고 밀도 높았던 3개월이었다.
나를 온보딩하느라 고생한 팀 사람들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가르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묵묵히 받아들여준 나의 소중한 아이와 엄마.
월수금 재택, 화목 출근을 외치며
직장인으로서의 엄마와 딸을 힘껏 응원해 줬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연말 시상식 수상 소감 같네.
고작 3개월이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일했다.
앞으로도 배울 것은 많고
여전히 부족한 나를 마주하겠지만,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시터 선생님을 채용했다.
당장 돌아오는 주부터 화요일과 목요일,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를 돌봐 주실 예정이다.
세 분을 만나 보았고
그중 세 번째 분과 함께하기로 했다.
내일은 일종의 온보딩을 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아이를 보여드리고,
등·하원을 함께 경험해 보기로 했다.
잘 될까?
아직도 마음은 어지럽다.
그렇지만 엄마에게 의지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 걸음 내디뎌 보기로 했다.
이 선생님은 면접 보는 내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
따뜻한 분이셨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다.
왠지 엄마와 비슷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이와도 잘 맞을지는 아직 모른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번 면접관을 하며 배운 것이 있다면,
면접은 언제나 반전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이제 나는 회사원이 되었고,
시터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워킹맘이 되었다.
일 년 전쯤 어떤 날
내가 많이 바랬던 그런 날이다.
여전히 남편은 출장 중이라 곁에 없지만
그래도 꽤 꿈꾸던 대로다.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된 것에 감사하며
약간의 불안감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 선생님을 만나면,
감사를 전하고 부탁하는 걸로 불안감을 치워야겠다.
내 기쁨과 감사함이
나를 지켜준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새로운 일상이 반짝이길 믿으며,
이제 또 다음 꿈을 꿔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