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정정은 불가합니다

성적 이의신청 유형 QnA

by 공간여행자

방학 중 예민해지는 기간이 있다.

바로 성적 정정기간.

성적을 매기는 과정에서 혹시 오류나 누락한 부분이 있을 때 이를 반영하는 기간이다.


나의 경우는 성적정정이라는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서 학기 중간에 본인의 지각이나 결석 횟수, 과제와 시험 점수 등을 개별적으로 알려준다.


그럼에도 대체로 한 학기에 1-2명 정도 성적 이의신청을 해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적을 정정한 경우는 없었다.


초보 강사 시절에는 개인적인 사연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고(거짓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에도 고심했었다.


성적정정을 할 수 없는 이의신청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본인만의 학점 계산법을 제시하는 유형

Q: 이번 과목에서 과제도 충실히 했고, 발표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점수가 납득이 가지 않아요.

비록 제가 시험은 잘 못 봤지만, 과제와 발표에서 만회했다고 생각합니다.


A: 성적 평가에는 출석, 과제, 발표, 중간고사, 기말고사 점수가 반영됩니다.

가장 반영 비율이 높은 항목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입니다. 성적의 50% 이상을 차지하니까요.

(성적평가항목과 비율은 수업계획서에 기재되어 있음)

기본적으로 학습의 이해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면 높은 학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장학금을 받아야 되는대로 시작하는 유형

Q: 제 예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서요.

이번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집안 사정상 다음 학기에는 못 다닐지도 몰라요.


A: 요즘에는 국가차원에서, 학교차원에서 성적 외에도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학생이탈을 막기 위해 더욱 그렇다)

임의로 누군가의 성적을 올린다면, 다른 누군가는 부당하게 성적이 내려가겠지요.

(실제로 장학금이 꼭 필요한 학생들은 이런 이유를 대지 않는다)


기왕이면 더 주시죠 유형

Q: 제가 이번에 B를 받았는데요. 기왕이면 B+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염치없지만, 괜찮으시다면 부디 성적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본인 말대로 아주 염치없고 어이없는 이유네요.

학점이 기왕이면 덤을 얹어주는 흥정의 대상이 되어버린 듯해서 아주 유감입니다.

(지금껏, 딱 한번 있었던 일이었다. 여전히 이때를 떠올리면 매우 씁쓸해진다)


사실 이의신청에 저런 식으로 답변을 달지는 않는다.

강사로 여러 해를 거치다 보니 감정을 배제하고 공식적으로 답변하게 된다.

해당학생의 세부점수와 함께 다음 문구를 넣는다.

'성적 평가에 있어서 오류나 누락이 인정될 때만 정정이 가능합니다.

그 외 경우, 성적정정은 불가합니다.‘


오늘의 한마디
성적은 한 만큼 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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