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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 글로브

VP Globe, 1969

by 공간여행자

이 조명을 본 것은 어느 셀럽의 주방 사진에서였다. 주황색을 주조색으로 썼을 만큼 색감이 강렬한 공간이었는데 그 안에서도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바로 이 조명이었다.

주거공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주방에서 식탁으로 이어지는 공간 자체가 멋진 팝아트 같았다.

완벽한 투명 구 안에 거울처럼 비치는 알루미늄 소재의 5개 갓이 체인에 매달려 있고 가장 위와 아래 갓의 빨간색과 파란색이 반사되어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어디에 있든 눈에 띄는 주인공같은 조명이다.


이 조명의 디자이너는 팬톤 의자 편에서 소개했던 베르너 팬톤이다.

사실 그는 건축학을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2년간 아르네 야콥센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그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앤트 체어 개발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베르너 팬톤은 회사를 그만둔 후 폭스바겐 벤을 개조하여 '움직이는 스튜디오'이라 부르며 유럽 전역을 3년간 여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가구업체 및 딜러와 접촉하고, 새로운 소재나 기술을 익히며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을 쌓을 수 있었다.


콘 체어, 하트 체어, 팬톤 체어, 문 램프, 볼 램프 등 색채와 형태가 과감하고 독특한 베르너 팬톤만의 의자와 조명들이 탄생하기 시작하였다.


VP 글로브를 보고 있으면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친절하게 동영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시면 된다.

https://youtu.be/ALdThAnnEKI

VP Globe를 만드는 과정


VP 글로브를 식탁 팬던트로 사용하고 있는 지인의 말로는 사실 조명으로의 역할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이 조명의 단점을 찾아보니 실제로 조명을 켜도 밝지 않으며, 반사경으로 인해 눈부심이 있다는 내용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을 비춰 줄 보조 조명이 필수일 듯하다.


조금 실망했다면 다음 조명을 보아주길 바란다.

Panthella, 1971

버섯모양의 갓에 은은하게 빛이 비춘다. 갓 뿐만 아니라 이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에서도 빛이 새어 나온다.

이 조명을 보고 있으면 바다속에서 빛을 내뿜는 해파리가 떠오른다.

베르너 팬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반사체 역할하여 빛을 내는 조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해파리 조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채도 높은 순색의 빨강색이 주 색상인 경우가 많다.

베르너 팬톤은 색채의 역할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각각의 색에는 의미와 기능이 있으며, 색을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색을 중요하게 다루는 베르너 팬톤(Panton)과 색채 연구소 팬톤사(Pantone)의 비슷한 이름은 운명일까?


*팬톤사(Pantone Inc.)는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색채 연구소이다. 매년 올해의 색을 발표하는 그 곳이다. 팬톤은 1950년대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작은 인쇄사였으며 지금의 색채 전문 회사로의 시작은 1962년 로렌스 허버트가 이를 인수하면서 부터이다. 팬톤이란 '모든 색'이라는 의미로 pan과 tone의 합성어라고 한다.


베르너 팬톤 Verner Panton (1926.2.13 ~ 1998.9.5)

덴마크 출신의 가구, 조명 디자이너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https://verpan.com/

https://www.louispoulsen.com/

https://www.verner-panton.com/

https://www.vitra.com/en-is/magazine/details/verner-panton-what-is-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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