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공간여행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기와지붕을 덮고 있습니다.

처마 끝에는 기다란 고드름이 달려 있고요.

김서린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책방 안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네요.

오늘은 다행히 책방주인이 있는 모양입니다.

드르륵 미서기 문을 밀고 들어가봅니다.

오래된 책냄새, 나무냄새, 장작타는 냄새,

그리고 방금 내린 커피냄새가

차례로 코끝에 스며듭니다.


크게 다정하지도 그렇다고 무뚝뚝하지도 않은 주인과

가벼운 목례를 나누고

이내 각자 볼일에 집중합니다.


오늘은 그냥 난로 옆에 폭신폭신한 소파에 기대 담요를 덮고

중학교 때 봤던 만화책을 보다 잠들 것 같습니다.

이미 익숙해진 냄새보다 갑자기 내리는 빗소리에 창밖으로 눈을 돌립니다.


이 드라마에는

제가 좋아하는 오래된 집,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어울리는 길, 쏟아지는 비,

그리고 겨울이 있습니다.


그림같이 예쁜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 비밀 하나씩, 상처 하나씩을 품고 있고,

때론 그 비밀과 상처들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강물 속처럼 더욱 깊고 깊게 가라앉는 것 같아

함께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누구도,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해'와 같은 대사를 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구구절절 징징거리지도 변명하지도 않습니다다.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쓰지만 담백한 커피처럼,


겨울 냄새에 코끝을 시릴 때면 생각 날 것 같은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속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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