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것으로부터 찾아가는 나

by 공간여행자

"무엇을 좋아하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있습니다. 입술을 달싹이다가, 눈동자를 굴리다가, 결국 "음..." 하며 시간을 끌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몇 살이에요?'처럼 명확한 것, 객관적인 것에 대한 대답은 바로 나오지만, 좋아하는 것이라... 즉시 떠오르는 게 없을 때면 조금 답답해집니다.

반면 "무엇을 싫어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어떨까요?

놀랍도록 명확하고 빠르게 대답이 나옵니다. 끈적끈적한 여름 습도,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 약속 시간에 늦는 것, 억지로 웃어야 하는 상황들, 미지근한 커피, 길에서 침을 뱉는 사람들,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기 전에 뛰어드는 사람들... 마치 준비된 목록을 읽듯 술술 나옵니다.


| 불편함에 예민한 우리의 감각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진화적으로 볼 때, 인간의 뇌는 위험과 불편함을 감지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좋은 것을 찾아내는 것보다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독이 든 열매를 먹으면 죽지만, 맛있는 열매를 놓쳐도 당장 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감각 시스템은 '좋음'보다 '싫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좋은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싫은 것은 거의 반사적으로,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내장된 탁월한 생존 전략입니다.


|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강박

하지만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열정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들 앞에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마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심지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왜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모를까? 나는 왜 이렇게 우유부단할까? 나는 정말 무기력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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