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고 흥분된 가운데서

파리에서 생장

by 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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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발음이 왔다 갔다 하는 파리에서 R발음을 제대로 구사해 본 적도 없는 나는 열심히 집중하고 또 물어서 TGV에 탑승하였다. 눈치껏 탑승하고 눈치껏 내린 곳에서 눈치껏 환승했다. 산티아고 출발지인 생장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무거운 가방과 등산용 스틱 또는 간달프가 들고 있던 나무 지팡이 그리고 순례자를 표시하는 조개껍질이 가방에서 '나 순례자야'라고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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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자 모두가 순례자임이 확실한 작은 기차 안에서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로에 대해 물어보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색하지만 흥분된 기류다. 어느새 작은 기차에서 내려 또 한 번 환승하여 탄 큰 고속버스에서 사람들은 숨을 죽이다 생장이 보이니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박수를 치기도 하였다. 모두 다 두근거린 마음으로 생장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행렬에 따라 걸으니 어느새 도착하였다.

313.JPG 순례자 사무소 주변에서 사람들은 순례자등록과 순례자여권을 받기위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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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줄

생장은 사람들이 출발하는 시점이기에 매우 사람들이 많아 가격도 대부분 15유로 이상이고, 숙소를 잡기도 어렵다. 간혹 한국사람들 중 생장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체육관 바닥에서 잤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미리 예약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는 운이좋게 모여있는 한국사람들 무리에 함께하여 숙소를 구했다. 심지어 구한 숙소는 생장사무실보다 피레네에 조금 더 가까운 곳이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길을 덜 걸었다. (알베르게 주인은 "너희는 운이 좋은편이야"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첫 시작을 편하게 하고싶다면 되도록 낮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거나 미리 예약하는 편이 좋겠다. 그리고 식사 가격도 꽤 비싼편이여서 부담이 된다면 간편조리식품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이 모든 것이 막막하다면 나의 운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의외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321.JPG 나름 아늑했던 첫 날밤의 모습 (지윤오빠의 카메라)

숙소에 도착하여 차례대로 샤워실을 쓰고 침낭 안에서 몸을 핀다. 불을 끈 후에도 나직히 들리는 한국말들이 타지임에도 아직도 한국같다. 또는 가끔씩 들려오는 두 명의 외국어에 외국인과 함께하는 단기 캠프같다. 내일은 가장 힘들다는 피레네인데 어떨까 궁금하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달라지길 기대한다.



noname01.png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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