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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by 스페셜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내가 어떤 계절에든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다. 덥든 춥든 상관없이, 내 선택은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그런데 겨울에 이 음료를 주문하면 가끔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젊은데요?”


그럴 때마다 의아하다. 추운 날씨에 아이스 음료를 마시는 것이 젊음을 증명하는 행위라도 되는 걸까? 사실 나는 이제 젊은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하는 나이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듣다 보니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이 젊은이들만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따뜻한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손에 닿는 뜨거운 컵도, 입안을 데우는 느낌도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스를 선택할 뿐이다. 쓴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지는 아메리카노다. 젊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에게 맞는 선택일 뿐이다.


추운 날씨에 아이스 음료를 마시는 것이 언제부턴가 젊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하나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은 아닐까? 이 고정관념은 때로는 재미있는 오해를 낳는다.


얼마 전 결혼을 앞둔 동생을 만났다. 그는 내 가방을 보며 한마디 했다. “형님, 나이가 몇인데 백팩을 메고 다니세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는 어디서든 노트북으로 작업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마치 ‘백팩=젊은이’라는 공식이 들어 있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이는 상관없어. 난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야 하니까 백팩을 메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이 장면은 나에게 또 하나의 프레임을 떠올리게 했다. 백팩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젊음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내가 나잇값을 못하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에게 중요한 건 아이스 음료를 마시는 것,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이 내 삶에 적합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편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아이스 음료든, 백팩이든, 그것이 내가 선택한 삶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은 생긴 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행동을 모두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선택을 하고, 내가 만든 세상 속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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